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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한 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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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25살 아빠와 23개월 딸의 죽음. 한 장의 사진이 담아낸 것은 죽음만이 아니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인 리오그란데 강기슭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된 엘살바도르 출신 부녀의 사진은 말그대로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사진 속 부녀는 나란히 머리를 물 속에 묻고 있었다. 어린 딸은 아빠의 목을 팔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목숨을 걸면서까지 그들이 가고 싶어했던 미국땅은 고작 1㎞ 거리였건만 끝내 강을 건너지 못했다.

왜 이들은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을 건너려 했을까. 2015년 익사한 채 터키 해변으로 떼밀려온 세살배기 난민 알란 쿠르디의 사진이 함께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두 사진 모두 국경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이고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아이(Somebody's Child). 당시 쿠르디의 사진과 함께 실린 인디펜던트 1면 헤드라인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외신들은 23개월 딸과 25살 아빠의 죽음에 '미국판 쿠르디'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쿠르디의 사진이 유럽의 반난민 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던 것처럼, 엘살바도르 출신 부녀의 죽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 반이민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슬프게도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를 침략자로 표현하며 오히려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국경장벽을 세우는 것은 물론 어린 자녀를 부모로부터 격리수용하는 비인권적 조치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2020년 대선을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유권자 결속을 위한 쉬운 카드인 반이민 정책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사진이 공개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의 국경정책을 비판하는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법을 바꿔야만 남부 국경에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말로 도리어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부녀의 마지막 모습을 세상에 알린 멕시코 일간 하로르나다의 훌리아 레두크 사진기자는 이 사진이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세상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왜 이들은 비참한 죽음이 공개된 이후에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가. 아니, 불법이민자들이 처한 처참한 현실은 결코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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