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럽 항구 장악 본격화…이탈리아 항구 4곳 러브콜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시진핑 중국 주석의 21~24일 이탈리아 방문을 앞두고 이탈리아 항구 4곳이 중국에 투자 개방을 할 준비를 하고 있어 중국의 유럽 항구 장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에 따라 4개 항구를 중국에 개방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 내부에서 항구를 중국에 개방하는게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는 있지만 이미 4개 항구가 중국의 투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탈리아 방문 중에 주세페 콘테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선진 7개국(G7)중 처음으로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 때 항구 개방이 협상의 주요 의제로 자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최대 항구도시인 제노바는 중국과 항구 개발 관련 협력 협정을 체결할 의사가 있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고 남부 항구도시 팔레르모는 시 주석의 주말 방문이 예고돼 있어 중국에 개방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또 북부 아드리아해 인근에 위치한 두 항구 트리에스테와 라벤나 역시 다른 유럽 항구들로부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대일로 MOU 내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 국영기업들에 이탈리아 항구의 운영이나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수출 확대의 핵심 열쇠라고 여기고 있다. 특히 콘테 총리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가 이탈리아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며 주요 항구들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 터미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콘테 총리는 "중국의 투자를 받는데 있어 상업적 투명성을 지킬 것이고 국가안보와 관련한 유럽의 기본틀과 원칙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자본의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내외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이 이번 이탈리아 방문을 통해 주요 항구의 지분 획득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유럽 항구 장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미 중국 국영기업 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이 2008년 그리스 최대 항구 피레에프스항 지분을 매입해 지금은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 중이다. 또 로테르담 유로맥스 터미널 지분 35%와 벨기에 앤트워프항 지분 20%도 중국 기업 손에 넘어 가 있다. 중국은 현재 함부르크항 터미널 건설 계획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