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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낙태 처벌은 여성의 기본권 침해"…헌재 선고 앞두고 의견 표명

최종수정 2019.03.17 20:10 기사입력 2019.03.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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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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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2년간 심리를 이어온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오는 4월 최종 판단할 예정인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헌재의 낙태 처벌 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17일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낙태한 여성을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낙태죄 처벌과 '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해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임에도,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하는 낙태죄는 경제적·사회적 사안에 관해 공권력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신의 중단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의 건강권 및 생명권 침해'에 대해 인권위는 "형법은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로 인해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인권위는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서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낙태죄 처벌은 여성의 재생산권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낙태죄는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낙태죄를 통한 낙태 예방 및 억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임신을 경험한 여성의 19.9%가 학업·직장 등의 이유로 낙태를 한 적이 있으며, 이전 조사 등에서는 연간 17만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음이 보고됐다는 점 등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낙태죄는 상대 남성이 여성에게 관계 유지나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할 경우 낙태 사실을 고발하겠다는 협박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낙태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적정한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권위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옭죄어 왔던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어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헌재는 다음 달 초 낙태(임신중단ㆍ임신인공중절)죄를 처벌하는 형법 269ㆍ270조에 대한 위헌 여부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형법 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다.


270조 제1항에서는 의사 등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2012년 8월 이 조항들에 대해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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