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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이프]서울에서 여무는 마틴 루터 킹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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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목사 [사진제공=마틴루터킹데이 트위터]

마틴 루터 킹 목사 [사진제공=마틴루터킹데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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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주니어(1929∼1968) 목사는 생전 자신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예견했던 듯 합니다. 미국 내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서면서 1964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던 그는 1968년 백인우월주의자의 흉탄에 맞아 생을 마감했습니다.


죽기 얼마 전 행한 연설에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의 장례식에서 조사를 할 때 저를 칭찬하는 말을 길게 하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무슨 무슨 상을 탔는지 읊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마틴 루터 킹은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려 했고, 헐벗은 자에게 입을 것을 주려 했으며, 전쟁 문제에 있어 옳은 입장을 취했다고. 그리고 말해주시오. 또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를 위해 봉사하였다고."(‘I HAVE A DREAM 마틴 루터 킹 그래픽 평전’ 中)


그의 삶에서 꿈은 가장 큰 자산이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던 킹 목사의 연설은 그가 어떤 생애를 꿈꿨는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킹 목사의 막내 딸인 버니스 알베르틴 킹(56) 박사가 서울시의 명예시민이 됩니다. 변호사 출신의 인권운동가인 버니스 킹 박사는 4일 오전 서울시의 명예시민이 됐습니다.

버니스 알베르틴 킹 박사

버니스 알베르틴 킹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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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마틴 루터 킹 비폭력사회변화센터'(킹센터)를 이끌어온 버니스 킹 박사는 4남매(2남2녀) 중 아버지를 가장 닮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실질적인 후계자인 셈이죠.

변호사 출신으로 17세였던 1980년 유엔(UN)에서 인종차별 반대 연설을 하는 등 흑인 인권운동가로서 오랜 기간 활동해왔습니다.


2014년 미국 미주리, 2015년 미네소타에선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자 지역 주민들의 비폭력 저항 운동을 도모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사의 시장실에서 명예시민증 수여식을 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무산됐습니다. 전날 밤 서울시는 일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일 석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막내딸 서울시 명예시민 되다> 보도자료 관련하여, 내일 오전 9시에 예정되었던 명예시민증 수여식이 버니스 킹 박사의 건강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좀 전에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미 송고를 마치셨을 기사 중에 수여식부분은 수정(삭제)이 필요할 듯 합니다.'


서울시 측은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다시 바뀝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통화에서 "킹 박사의 몸 상태가 호전돼 예정대로 서울시를 찾겠다며 연락이 왔다"고 전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던 수여식은 결국 열리지 못했습니다. 행사 시작 10분 전 버니스 킹 박사 측으로부터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화가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버니스 킹 박사는 강행군을 이어왔습니다. 지난달 27일 방한 이후 3ㆍ1운동 100주년기념행사,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을 잇따라 방문해 연설했습니다. 앞으로 국회, 현대자동차 등도 찾을 계획입니다. 몸에 탈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수여식에 앞서 박원순 시장은 버니스 킹 박사와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시민인권 운동가이자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철폐, 비폭력실천운동, 다문화, 젠더, 세대 등 다양한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서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결국 박 시장은 "평화는 우리 시대 전 세계의 최우선 과제로,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 서울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는 환영의 뜻만 버니스 킹 박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버니스 킹 박사가 부디 쾌차하기를 기원합니다. 다만 서울시 일정을 미루고 다른 정치인이나 기업인과의 만남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습니다.

한 흑인 여성이 드레스를 차려 입고 시위 진압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 흑인 여성이 드레스를 차려 입고 시위 진압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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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방한 기간 동안 버니스 킹 박사가 좀 더 목소리를 높였으면 합니다. 그의 아버지처럼 작은 울림을 남겼으면 합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전 연설을 다시 곱씹어 봅니다. “우리가 존엄성과 기독교적 사랑으로 무장하고 용감하게 맞선다면, 미래에 역사책을 쓸 누군가는 우리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예전에 검은 피부를 가진 한 인종이 있었는데, 자신의 권리를 위해 맞설 줄 아는 도덕적인 용기를 지닌 이들이었다.'”


분열과 혼란의 시대, 진정 필요한 건 도덕적 용기라는 이 말씀에 진정으로 공감합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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