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미국이 먼저 나섰다. 2007년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3%였던 연방정부 부채가 2012년부터는 100%를 넘어섰을 정도로 정부는 지출을 늘렸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감했다. 금융위기 전 5.25%였던 정책금리를 0%까지 인하했다. 더불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를 통해 3조달러 이상의 돈을 찍어냈다. 특히 2008년 한 해 동안 본원통화를 99%나 늘렸는데, 이는 최근 경제사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일본에 이어 2015년부터는 유럽중앙은행(ECB)도 환율 전쟁에 가담했다. 1923년에 1억 200만% 물가상승률을 경험했던 독일인들은 이른바 '인플레이션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그런 독일의 통화정책 당국마저 ECB의 양적 완화를 지원할 정도로 미국과 일본의 환율전쟁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2014년 말에서 올해 10월까지 ECB의 본원통화가 168%나 증가해 같은 기간 일본의 84%를 2배나 초과하고 있는 상태이다.
미 연준은 2009년 하반기 이후 경기 확장국면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률이 높아짐에 따라 2014년 10월부터 양적완화를 종료했다. 그 이후 미국의 본원통화가 올해 11월까지 14%나 감소했다. 또한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연방기금금리를 9차례 인상했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풀고 있는데, 미국의 이런 통화 긴축 정책은 달러 가치 상승을 초래했다. 올해 들어 12월 중순까지 달러가치가 6% 상승 후 소폭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달러가치 상승을 받아들일 정도로 2019년 미국 경제가 확장국면을 지속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경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올해 12월까지 114개월 동안 확장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1991년 3월에서 2001년 3월까지의 120개월 다음으로 긴 확장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주택경기 위축과 더불어 최근 주가 하락이 소비심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미국 경제가 2.9% 정도의 높은 성장을 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 증가 때문이다. 2019년에는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다시 확장적 재정 및 통화 정책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셧다운'이 보여준 것처럼 정부 부채가 높기 때문에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지출 증가를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의회가 트럼프의 적이 된 셈이다. 연준은 물가안정 목표에 통화정책 우선순위를 둘 것이고, 통화정책을 완화한다 해도 가계와 기업 부채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가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는 대외부문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주요 교역 상대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인위적으로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 증대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높다. 아니면 중국이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기술전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더불어 위안화 가치 상승을 먼저 유도할 수도 있다. 2019년 한 해는 그 어떤 때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금값 상승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달러 가치 하락과 위안 가치 상승은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김영익 경제칼럼리스트ㆍ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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