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A고교의 교사는 수업 중 애정 행각을 벌이는 남녀 학생에게 주의를 주려 어깨를 툭 쳤다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또 서울 B초교 교사는 돌아다니며 수업을 방해하는 남학생의 어깨를 잡았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렸다. 시도교원치유지원센터나 교원단체에서 접수한 교권 침해 상담 사례를 보면 이 정도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는 사제지정과 사제동행의 교감(交感)이 끊어져버린 교실 현장의 민낯을 보여준다. 교사들은 전인교육은커녕 수업만 하는 존재가 됐다며 자괴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권이 무너지고, 지도 과정에서 조금만 손을 대도 범죄가 되는 교실에서 교사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보급한 '2017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은 학생과의 언쟁 지양, 주의 후 수업 진행, 상담 등 안내에 그쳐 즉각적인 대처 방법과 수단이 필요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원성을 샀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전면 체벌 금지, 상벌점제 폐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교사들은 손발이 묶인 지 오래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학교민주화, 학생회 법제화에 열을 올리며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교사의 수업권을 강화하고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생활지도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현장의 펜스 룰 확산과 관련해 '교육상 신체 접촉 허용 기준' 매뉴얼도 조속히 제작ㆍ보급해야 한다. 다양한 학생 지도 과정에서는 교육적으로 적절한 신체 접촉이 필요하거나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교사와 학생이 접촉을 꺼리고 차단하려는 현실은 걱정스럽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교사의 신체적 접촉이 오해를 사거나 왜곡돼 자칫 교권 침해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교사가 학생 교육과 지도에서 손을 놓게 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배움이 일어나는 신명 나는 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눈을 맞추고 공감과 온기를 나누는 공간에서 가능하다. 교육부는 조속히 학생 생활지도 매뉴얼과 교육상 신체 접촉 기준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잠자는 교실, 붕괴한 교실의 경고음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ㆍ부산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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