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금 감면정책, 美기업들 기록적 자사주 매입 유도
기업 투자와 고용창출 유도했지만 기업들은 주가 방어에 집착
뉴욕증시 폭락하며 자사주 매입 손실도 눈덩이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올해 애플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가운데 주가가 폭락하며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법인세 인하로 얻게 된 자금과 해외 이익금을 주주환원과 주가 방어를 위해 투자했다가 오히려 눈덩이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당초 법인세 인하로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기를 원했지만, 오히려 기업들은 주가 방어에 집착하면서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린 이유는 지난해 말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법인세 인하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안(Tax Cuts and Jobs Act·TCJA)에 서명했다. 법인세는 35%에서 21%로 극적 인하했고, 미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본국으로 배당할 때 법인세를 면제했다. 해외 유보금을 미국 내 본사 등으로 이동하면 15.5%(비유동자산 8%)의 일회성 세금을 매기는 대신 법인세를 줄여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이전했는데 이 자금이 일자리 창출, 설비투자 등 실물경제에 유입되기보다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상당수 쓰였다는 얘기다. 세금 감면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낳지 못한 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사용됐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전날 뉴욕증시 폭등으로 피해가 완화되긴 했지만, S&P 500 지수는 지난 9월 고점에서 전날까지 15.2% 하락했다. 올 들어 전체 지수는 7.7%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월 사이 629억달러의 자금을 쏟아 부은 애플은 90억달러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 잉여 자본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좋은 방법"이라며 "주가가 회복되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금운용 방식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세금 절감의 상당 부분을 주가 방어에만 사용하도록 의사결정을 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호워드 실버블라트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업 경영자들이 적절한 주가 매수 타이밍을 결정하는 데 실패했다"며 "시장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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