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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대부업 대출 확대는 빚의 고통 강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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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부업은 1972년 개인 사채시장을 흡수한 상호신용금고가 출범한 지 30년 만인 2002년 사채시장 양성화를 명목으로 대부업법이 제정되면서 법적인 금융기관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렇게 사채시장의 줄기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대부업은 당시 일본계 자금을 초저금리로 조달해 우리나라의 법정 금리상 고금리로 대출한 차익으로 급격하게 몸집을 불렸다. 2014년 초까지만 해도 법정최고금리가 39%에 달했으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재 24%까지 낮아진 상태다.

정치권이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려고 할 때마다 정부와 업계가 우려하면서 반대했던 논리는 바로 '풍선효과'다. 대부업의 금리가 낮아지면 대부공급이 줄어들고, 서민들의 감당할 수 없는 대출수요는 불법사채시장으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풍선효과 논리는 대부업체가 마치 서민들을 불법사금융으로부터 '보호해준다'라는 의미를 담은 발상이다. 대부업체의 영업 규모와 대부잔액은 대부업이 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 최근 최고금리가 낮아짐에 따른 효과는 대부업의 영업 규모가 아니라 대부업체의 '신규 대부업 잔액 상승률'이 다소 줄어든 것뿐이다. 오히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서민금융 공급과 연관이 있다. 대부업의 영업 규모가 커질수록 사채시장이 줄어든다는 것은 숫자로 증명된 바가 없다. 오히려 대부업 이용이 늘어날수록 대부업의 가혹한 이자율을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자들이 사채시장에 손을 댈 유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5년 사금융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금융 이용자의 약 85%가 다중채무로 인해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빚에 과잉 노출된 상태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국내 은행 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2%이고, 지방은행만 계산하면 100%를 훌쩍 넘는다. 연소득을 전부 빚 갚는 데 사용해도 다 갚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캐피털, 카드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이 손쉬운 상황에서 적정한 부채 수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무너져있기 때문이다. 이미 부채과잉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최고금리 하락으로 대부업 접근 문턱이 조금 높아진다고 해서 사채 이용이 급등할 것이라는 말은 궤변이다.

대부업 대출 승인율이 낮아지는 것은 최고금리 하락 때문이 아니라 대출신청인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무자들의 소득이 매우 낮거나 기존에 이미 부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애초에 상환여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이자율을 높여서라도 부실 리스크를 떠안으며 대부업 대출을 확대하라는 것은 어차피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빚의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대부업 대출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상환불능자를 더 확대하자는 궤변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변제 능력을 넘어서는 과잉 대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대부업법상 과잉 대부 금지 조항이 있으나 사실상 과잉 대부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기준, 처벌 규정이 없다. 지금처럼 20% 이상의 고금리를 허용하면서 대부계약을 최대 5년까지 보장하는 것은 계약만으로 이미 원금을 뛰어넘는 이자를 대부업자에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업자는 이자만 추심해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로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평균 원금 대비 이자가 200% 달하고 있는데도 대부업법상 과잉 대부로 처벌받지 않는다. 이것이 정상적인 금융시장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법정금리 상한을 20%로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대부업체의 대출계약 형태 자체를 해외처럼 1년 이하의 소액단기대출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대부업체의 영업과 밥줄을 걱정하는 논의보다는 지금 이 시간에도 빚 때문에 인생을 포기하고 있는 채무자를 위한 구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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