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 받던 교사 투신…맘 카페 ‘마녀사냥’ 논란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린 어린이집 교사가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맘 카페를 통해 비난을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교사에게 아이를 맡긴 적이 있다는 한 학부모는 아동 학대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숨진 교사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동료 교사들 역시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2시50분께 경기 김포시 통진읍 한 아파트단지에서 인근에서 어린이집 교사 A(38) 씨가 쓰러져 숨진 채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 씨가 이 아파트 14층에서 내린 점, 유서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에는 어린이집 원생인 B 군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면서 ‘원망을 안고 가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그동안 어린이집 원생을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 열린 어린이집 가을 나들이 행사 때 B 군을 밀쳤다는 의심을 받으면서부터다.

A 씨가 B 군을 학대했다는 정황은 인천과 김포지역 맘 카페에 퍼졌고, 이 과정에서 A 씨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됐다.

또 B 군의 이모라고 주장한 여성은 어린이집을 찾아와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로 A 씨가 B 군을 학대했는지에 대한 여부가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기 전에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맘 카페를 통해 마녀사냥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며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역 맘카페의 마녀사냥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의 한 동료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다. 견학 날 교사에게 안기려 한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고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교사의 반과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됐다. 순식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장, 부원장, 교사가 모두 이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모는 오히려 더 소리를 질렀다. A 씨는 모든 걸 자신이 짊어지고 떠났다.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를 남겨두고 떠날 결심을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A 씨에게 아이를 맡긴 적 있다는 한 학부모는 “제 아이의 담임이었습니다”라며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더는 선생님처럼 억울한 죽음이 없길 바랍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 아이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요”라며 호소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A 씨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