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두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하청업체 종업원들로 구성된 노조(하청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단행했다. 그들은 하청업체 종업원 전원이 원청인 현대, 기아차에 직접 고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현대, 기아차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이 점거 농성의 압박에 못 이긴 것인지 고용노동부는 급기야 "법적 이해 당사자와 직접 이해 당사자인 현대, 기아차 사측, 정규직노조 및 비정규직지회 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하되, 필요시 사안별로 현대, 기아차 사측과 비정규직지회가 직접 교섭을 실시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둘째, 실상 현대, 기아차는 하청 업체 종업원에 관한 지난한 법적 다툼을 해결하고자 이미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먼저 현대차가 2012년부터 세 차례 회사와 직영노조, 하청 업체와 하청노조, 그리고 노조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를 당사자로 협의를 진행해 하청 업체 종업원 9500명을 현대차 종업원으로 고용하기로 하고 현재까지 6700명의 고용을 완료했다. 기아차 또한 2016년 노사 협의로 올해 상반기까지 하청 업체 종업원 1087명을 기아차 종업원으로 고용했고 내년까지 1300명을 추가 고용할 것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청 업체 종업원 특별 고용을 위한 노사 협의는 노사 자치의 결실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고용부의 중재안은 기존의 노사 협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하청노조가 현대, 기아차에 대해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과연 앞으로 이뤄질 노사 협의가 제대로 진행될지, 노사가 어렵사리 이끌어낸 기존 특별 고용 협의는 유효할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경제 위기, 고용 위기가 심각한 지금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한 투쟁을 통해 노동 문제가 해결되는 이 나라에서 경영을 유지하고 고용을 책임질 기업이 얼마나 남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에 고용부가 내놓은 중재는 중재의 도를 넘은 그야말로 국가기관의 중립성을 해치는 자의적인 개입이며 노사 당사자 자치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법치와 노사 자치를 중시하는 고용노동 정책이 간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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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꿀알바' 또 없습니다…60대 고령층 주저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