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건 이후에 나온 대책이다. 첫째, 케이크 제조 업체 496개 전체에 대해 긴급위생검사를 실시한다. 둘째, 학교 급식소 시설 개선 및 급식 관계자 예방교육을 강화한다. 셋째, 식품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ㆍ해썹) 인증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불시평가 등 축산물 인증제도를 강화한다. 언뜻 보면 매우 잘 짜인 대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거 식품 안전사고나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비교해보면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틀에 박힌 대책일 뿐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나 대증요법으로 일관하다 보니, 한국은 결코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지난 7일 발생한 고양 휘발유저장소 폭발 같은 산업재해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미국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자. 미국에서도 HACCP이 식품 회사가 도입해야 할 안전관리 체계임은 틀림없지만 정부가 인증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식품 제조 회사들은 미국 농무부와 식품의약국(FDA)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자체적으로 HACCP 프로그램을 도입해 식품을 제조한다. 미국 정부가 하는 일은 식품 회사에 부정기적인 불시 검사를 실시해 일탈 기업을 잡아내고 위반 정도에 따라 공장 폐쇄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다. 미국 FDA 지부는 1년 365일 식품 제조 회사를 불시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것을 전담으로 하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실에도 가지 않는다. 오로지 현장에만 간다. 그리고 크고 작은 위반 사항을 발견해내면 책임자를 불러 "너희가 무엇을 위반하고 있는데 어떤 것은 즉각 고치고 어떤 것은 6개월 시간을 줄 테니 바꿔라"라고 말한다. 적발 위주의 현장조사가 아니고 계도 위주의 행정이다. 물론 사안이 중대하면 즉각적인 공장 폐쇄를 명하기도 한다.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떤 시스템이 국민의 식품 안전을 더 확보할 수 있는지. 식약처는 '인증 장사'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227명의 인력을 지역에 배치해 365일 현장 방문에 투입해야 한다. 식약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내 모든 부처의 모든 인증을 재검토해 국가가 관리할 수 없는 것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 관료는 슈퍼맨이 아니다. 할 수 없는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 선진 행정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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