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1.4% 감소하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렇게 장기간 감소세가 이어진 것은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투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반짝 특수를 누린 삼양레미콘은 경기부진으로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시장 수요가 없고, 시장 수요가 없으니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며 "올해 설비투자는커녕 연구개발, 인력개발투자도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냉동식품 가공ㆍ유통업체인 SRC는 지난달 매출이 8% 넘게 감소한 데 이어 내년 최저임금 추가 인상 등의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신연화 SRC 대표는 "인건비와 원재료 상승 등 시장 자체의 경기 흐름이 안좋다 보니 회사 부담률은 높아만 간다"며 "내년부터는 급여인상, 내후년에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해야하니 제조업이 침체기에 들어가게 생겼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돈을 쓰지도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다"고 토로했다.
건설투자도 좋지 않다. 건설기성은 건축(-1.7%) 및 토목(-0.1%) 공사 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건설수주도 건축(-38%) 및 토목(-13.1%) 부문 모두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동월대비 32.1% 줄어들었다.
현재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은 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할 경우 경기 하강 국면으로 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지수도 98.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98.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역시 0.4포인트나 하락하며 2016년 2월 이후 2년 반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통계청은 6개월 연속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하더라도 경기 하강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어 과장은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국면 전환을 판단하는 데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뿐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도 봐야 한다"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하락이) 6개월이 안 돼도 하강국면일 수 있고, 6개월이 넘어도 하강국면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광공업생산이 자동차(21.8%), 고무ㆍ플라스틱(5.1%) 등의 호조로 인해 1.4% 증가했고, 서비스업생산도 보건ㆍ사회복지(5.7%), 정보통신(1.5%) 등의 영향으로 0.1%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자동차 부문이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2013년 8월(24.1%) 이후 5년만이다. 어 과장은 "주요 업체들의 임금협상이 8월 진행되는데, 예년보다 임금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크게 늘었다"며 "수출 역시 북미의 경우 관세 문제로 인해 그 전에 수출하겠다는 수요가 크게 늘었고, 중동도 여성 운전 허용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비도 통신기기ㆍ컴퓨터 등 내구재(2.5%) 판매가 늘어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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