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9·13 정책 발표 전면에…이해찬 대표 부동산 정책 방향성 제시, 김수현 수석 당·정·청 물밑조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면에 등장해 '9·13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에는 시장에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김 부총리로 바뀌었다.
김 부총리는 14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부동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담합하는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며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 않다면 새로운 조치나 입법을 해서라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메시지 강도가 예사롭지 않지만, 9·13 대책의 진짜 주연은 따로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당정청의 역학 구도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적으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중요한 것은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주택 공급 확대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정부가 서울시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놓고 논의의 속도를 높인 것도 이 대표의 발언과 무관치 않다.
이 대표는 1988년 제13대 국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회의원 생활을 함께 시작한 동료이자 '친노(친노무현) 좌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현재 제4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제2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인물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남다른 인연은 현재의 당정청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참고자료다.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여당 수장의 메시지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메시지가 9·13 대책의 방향성을 결정했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실행계획을 세우는 데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역할이 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부동산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김 수석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장 실장은 지난 5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라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김 수석은 최근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부동산 대책 물밑 조율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수석은 9·13 대책을 내놓기 전에 이 대표의 위임을 받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과 만나 최종 발표 내용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 날 청와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경우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김 수석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서울 부동산시장 이상 과열 흐름 때문에 책임론에 시달렸다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는 "집값이 오르는 게 제일 마음 아프다. 잠도 잘 못 잔다"면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8·2 대책 발표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정책 발표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당정청 물밑 조율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 장관은 이 대표와 1988년 평화민주당 입당 동기로 30년의 정치 인생을 함께 걸어온 인연이 있다. 문 대통령과는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곁에서 보좌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부동산 주무 부처 장관이자 3선 국회의원으로서 당정청의 긴밀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힘을 보탰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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