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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있는' 삶은 커녕 저녁 '굶는' 삶이 됐다…빚은 늘고 월급은 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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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근근이 버티는 식당…경기 13년만에 최악인데 대출 급증
임대료·인건비 폭탄에 종업원 근무시간 줄여…최저임금 올랐는데 월급 줄어
식당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저녁 장사 망해"…회식 절벽
폐업한 식당이 즐비한 한 골목길.

폐업한 식당이 즐비한 한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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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불면서 가뜩이나 직장인들 회식이 없어졌는데, 요즘 52시간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아예 그림자 조차 안보입니다. 그야말로 회식 절벽이에요. 저녁 장사는 아예 망한 것과 다름없어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시행 때보다 더 합니다. 임대료는 너무 많이 올랐는데 인건비 폭탄까지 맞아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많네요. 최근에 대출 까지 받았는데…"(영등포구의 한 식당 사장)
"저녁이 있는 삶보다 풍족한 저녁을 먹는 삶을 원합니다. 종일 일하고 싶었는데,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종일 일하는게 여의치 않아요. 원래 오전 11시부터 저녁 시까지 8시간 식당에서 일했는데, 지난 2월부터 근무시간이 하루 4시간으로 줄면서 월급이 반토막 났어요. 원래 점심 장사가 중심이다 보니 점심 전후로만 일을 해달라고 사장이 요청하면서 안되면 그만두라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저 같은 사람 많아요. 인건비 부담을 느낀 식당 사장들이 바쁜 시간에만 종업원을 쓰려고 하니까요."(종로구의 한 식당 종업원)

식당 사장은 '빚'을 내서 장사를 하고, 식당 종업원들의 '월급'은 되레 줄고 있다. '빚' 내서 장사하는 식당 사장들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바쁜 시간에만 종업원을 쓰다보니 시간당 임금이 올랐어도 되레 월급이 줄어든 것이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식당 사장들과 종업원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로기준법 도입을 앞두고 벌써부터 식당 사장들은 '저녁 장사는 망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저녁에 손님이 없다보니 사장들의 직원 채용은 만무하다.
폐업으로 임대 문의가 표시되어 있는 서울 명동의 한 상가.

폐업으로 임대 문의가 표시되어 있는 서울 명동의 한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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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51조258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4644억원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액으로 보면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2014년까지는 4조원을 밑돌다가 2015년 들면서 확대된 후 최근까지 4조∼5조원대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 증가가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산업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숙박·음식점 경기가 고꾸라지고 있는 만큼 버티기 위한,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빚이라는 해석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숙박·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93.7(2015년=100)이다. 이는 2005년 1분기(9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2015년 생산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올해 1분기 생산은 2015년보다 뒷걸음질 쳤다는 의미로 업황 경기가 13년 만에 가장 나쁘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 자영업자들의 비용은 비싸지고 경기는 크게 살아나지 않아 대출로 연명하는 숙박·음식점업이 많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구에서 삼겹살전문점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식당을 열면서 낸 빚도 아직 조금 남았는데,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어 올해 3월에 대출을 더 받았다"며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데 종업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인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2명을 내보냈는데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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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또 다른 한신당의 사장 이 모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출의 30% 이상이 직원 4명의 인건비로 나가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겠냐"면서 "임대료 비싼 여의도에서 인건비 상승은 재앙이고, 장사도 신통치 않은데 갈수록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 같아 더 이상의 대출은 힘들고 가게 문을 닫을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출을 받아 강남에 주점을 연 유 모씨는 "김영란법과 혼술(혼자먹는 술)ㆍ홈술(집에서 먹는 술)ㆍ나홀로족 등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매장 관리 비용과 직원 인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로 빚이 계속 쌓이는데, 파산을 고민중"이라고 한숨지었다.

게다가 앞으로 저녁 장사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일부터 특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기업 회식은 더욱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워라밸(일과 직장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기업은 회식 자리를 줄이고 있다.

여의도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정 모씨는 "상권 특성상 회식이 많은 곳이었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회식 장사는 물 건너 갔다고 봐야 될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예년보다 빨리 더워져서 손님도 줄었는데 시행 초기인 7~8월에 가장 큰 손실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식당 사장들만 힘든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올랐어도 월급은 대폭 줄어든 식당 종업원들 역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외벌이 부담을 줄일려고 집 근처 식당에서 지난 3년간 일을 해온 이 모씨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모든 식당 사장들이 바쁜 시간에만 종업원을 쓰는 등 근로시간을 줄였다"며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증가는 없었고, 월급이 깎여 가계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5년째 하고 있는 박 모씨는 "편의점에서 종일 일하게 되면 솔직히 생활이 되기 때문에 취업에 대한 스트레를 받지는 않았는데, 최근 업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쓸 돈이 부족하다"며 "요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열풍인데 저녁이 있는 삶이 됐지만 차라리 돈을 벌고, 쪼들리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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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종사자가 5∼9명인 소규모 음식점과 주점의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올해 3월 받은 시급은 평균 7840원으로 지난해 3월(7221원)보다 619원(8.6%) 올랐다.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시급이 올해 7530원으로 오른 영향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월 임금총액 평균은 같은 기간 86만7265원에서 81만6183원으로 5만1082원(5.9%) 줄었다. 2015년 기준 2인 가구 최저생계비(105만1048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지난해 4월 평균 월급이 91만4858원으로 2016년 4월(90만388원) 대비 1만4470원(1.6%) 오른 이후 11개월째 줄곧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영세 업주가 대폭 오른 최저임금에 대응해 주말 등 손님이 몰리는 요일과 저녁시간 등에만 종업원을 쓰거나 카운터에 종업원 대신 무인주문기(키오스크)를 두는 업소가 많아지면서 월 임금총액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소규모 식당 및 주점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3월 120.1시간에서 올해 3월 104.1시간으로 16시간(13.3%)이나 줄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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