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안타깝죠. 운이 없다는 말밖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49)는 김진수(26·전북현대)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김진수의 월드컵행 가능성은 낮아졌다.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았다. 결국 김진수는 이달에 열린 대표팀의 평가전 두 경기에 모두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23명의 최종명단에 김진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홍 전무는 월드컵을 간절히 바랐던 김진수를 보는 마음이 남달랐다. 그는 김진수를 처음 대표팀에 부른 지도자였다. 홍 전무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 나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김진수를 처음으로 발탁했다. 4년 전에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홍 전무는 김진수가 다쳐 최종명단에 뽑지 못한 기억도 있다.
김진수는 지난해 월드컵 예선 기간부터 본선에 나가겠다는 열의를 갖고 치열하게 준비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그래서 그의 탈락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한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김진수는 지난해 대표팀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아 팬들의 비난을 많이 받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 전화통화한 박충균 전북 코치(45)는 "정규리그 원정경기를 갔다가 완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진수와 옆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여러번 있다"면서 "진수가 결혼(지난해 5월)한 이후로 책임감도 생겨서 그런지, 자신의 축구실력에 대한 고민, 선수생활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더라"고 했다.
김진수는 대표팀에서 부진한 경기력 때문에 최강희 전북 감독(59)에게 "축구를 잘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그때 최 감독은 "너는 가진 것들이 많으니 자신감을 갖고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해"라는 조언으로 김진수를 다독였다. 당시 내용에 대해 박 코치는 "진수가 갑자기 그랬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그만큼 본인이 절실했던 것 같다"고 했다.
고민과 연구 끝에 김진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슬럼프를 벗어났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이전의 공격, 수비력을 모두 회복하면서 우리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번만큼은 월드컵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 3월 당한 부상의 불운이 마지막 순간에 그의 발목을 잡았다.
러시아월드컵에서 김진수의 공백이 없을 것 같지 않다. 대표팀은 그를 주전으로 내세우는 포백 수비전술을 계속 훈련했지만 이제는 다시 새로 연습해야 한다. 우리 대표팀은 1일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 친선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상대 오른쪽 공격수 에딘 비슈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했다. 우리 왼쪽에 넓은 빈공간이 발생하면서 결정적인 슈팅찬스를 허용한 실점 패턴이 모두 같았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옳지 않지만, 왼쪽 수비에 김진수가 있었다면 달랐을까 할만한 장면들이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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