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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싸지만, 베일에 싸인 맛"…'듣보잡' 수입맥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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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수입맥주 늘어나 "맥주 고르기 더 어려워졌다"
펠트슐로센·블루문 등 생소한 브랜드들, 할인율 가성비 높아 인기
"가격 싸지만, 베일에 싸인 맛"…'듣보잡' 수입맥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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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회사원 최민호씨는(39) 가족들과 동네에 있는 대형마트에 갈때마다 수입맥주 코너에 꼭 들른다. 여러 종류를 바꿔가며 마시던 그도 해가 갈수록 맥주 고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아사히, 칭따오, 뮐러, 레페, 빈땅….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름이거나 혹은 여행 가서 한번 쯤 마셔봤던 맥주는 소수가 되 버린지 오래. 최 씨는 "대부분 맥주병에 붙은 생소한 맥주들인데다 와인처럼 맛에 대한 설명도 없어 고르는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며 "결국 처음부터 가격이 저렴하거나, 단가가 비싸더라도 할인률이 높은 제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것들을 이르는 말)' 수입맥주 전성시대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맥주의 절반은 수입맥주 차지가 되면서부터다. 수입맥주 경쟁이 붙은 대형마트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을 들여오는 데 혈안이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수입맥주들이 국산 맥주와 유명 수입맥주를 밀어내고 유통채널 매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에서 올해(1월1일~5월24일) 가장 잘 팔린 맥주는 독일산 '펠트슐로센(500mlㆍ캔)'이다. 헤페바이젠ㆍ필스너ㆍ다크ㆍ다크위트 4종류가 있다. 1캔의 가격은 국산 맥주와 비슷한 1600원이다. 올해 들어서만 13만캔 이상 팔렸다. 이영은 롯데마트 주류팀장은 "독일의 경우 지역별 양조장에서 특색 있는 맛과 향의 맥주를 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국내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는 1등 맥주 개념이 없다"며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한번 마셔보면 가격을 뛰어넘는 맛이라 많이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경우는 할인율이 높은 '듣보잡 맥주'가 인기다. 캐나다산 맥주인 '블루문'(355ml·병)이 대표적이다. 원래 병 당 가격은 4590원인데 현재 3병에 9400원 행사 중이다. 32% 할인으로 두병을 사면 한병을 덤으로 얹혀주는 셈. 올해부터 취급한 맥주인데 월 평균 6000여병이 팔리고 있다. 오스트리아 맥주인 에델바이스도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캔 하나 당 2780원인데 4캔에 9000원에 판매해 20% 할인하고 있다. 이번 할인 덕분에 지난해 동기 대비 에델바이스 매출 신장률이 560%에 이른다.
듣보잡 맥주들의 전성시대가 오면서 마트 내 수입맥주 종류도 급격하게 늘었다. 3년 사이 종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이마트로 현재 715종의 수입맥주를 취급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410개였는데 74%가 증가한 것.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350개에서 400개로 늘어났으며, 홈플러스 역시 302종에서 334종으로 늘어났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수입맥주 종류 증가율 낮은 이유는 매출 순위가 낮은 품종들을 바로바로 판매를 중단하고 다른 맥주를 새로 들여오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마다 공통적인 수입 맥주 판매 특징으로 '에일의 유행'을 손꼽았다. 정찬우 이마트 맥주 바이어는 "과거 청량한 쓴맛이 강조된 라거에서 묵직하고 이색적인 향이 강조된 에일로 유행이 옮겨왔다"며 "1644블랑, 에델바이스, 파울라너가 대표적"이라고 분석했다.

마트별로 수입맥주 종류가 워낙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맥주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정보 제공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 마트 관계자는 "과거 독일, 벨기에, 스페인과 같이 나라별로 진열해 놓던 방식에서 최근 들어 에일, 라거 ,다크 등 맥주 종류별로 진열해 놓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이것만으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주는 데 부족하다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전히 맛도 모르고 가격이나 병 디자인만 보고 맥주를 고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성수점에 수입맥주를 보여주면 맥주의 원산지와 맛을 설명해주는 로봇을 설치하기도 했다. 칭다오, 기네스, 하이네켄 등의 비교적 잘 알려진 수입 맥주들의 좌표가 찍혀 있어 인식한 맥주의 맛이 어느 맥주와 가까운지를 알 수 있는 식이다. 페퍼는 이와 함께 비슷한 맛의 맥주도 소개하고 어울리는 안주까지 추천해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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