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製 216조원어치 사겠다"…류허, 트럼프에 선물보따리 (종합)

대미흑자 감축 카드 제안…美의 무역협상 요구안 받아들여
대두·반도체·천연가스 등 구매…금융 투자개방도 꺼낼 듯
트럼프 "무역협상 성공 의심, 中 버릇없어져" 강하게 압박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사진을 공개하고, "류허 부총리와 만나 무역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구매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막대한 대미 흑자를 줄일 수 있는 협상 카드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최대 2000억달러(약 216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제품 구매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2000억달러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무역적자 축소 규모로 제시한 요구안이다. 지난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협상에 앞서 미국 측은 2020년까지 대중 무역적자 중 최소 2000억달러를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문건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는 3750억달러 규모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0일 중국 측이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에 미국 제품 구매계획을 담은 이른바 '쇼핑리스트'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국 측이 구매할 미국 제품 후보군으로 대두, 반도체, 천연가스 등을 들었다. NYT는 또 중국 측은 역대 미 행정부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도 과거에 약속했던 은행이나 보험 부문에서의 투자 개방 약속을 다시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신 중국은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대한 제재 해제,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무역협상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치면서 중국에 대해 강하게 압박했다.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그것이 성공할 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무역에 있어서 매우 버릇없어졌다"며 "그것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상을 하지는 않겠다"고 못박았다.

한편 류허 부총리는 이날부터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무역대표단과 2차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도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한편 미 CNN방송은 지난주 중국에서 열렸던 1차 무역협상 당시 미국 대표단 사이에 내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보호무역론자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협상론자로 분류되는 므누신 장관 사이에 내분이 있었고, 결국 백악관은 이번 협상에서 나바로 국장을 제외시켰다. 일부에서는 나바로 국장이 실제로는 협상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 대표단은 또 미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양국이 이번 협상을 통해 무역 갈등의 해결점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해법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