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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갇힌 공무원]정부-기업, 민관유착 우려에 소통창구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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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갇힌 공무원]정부-기업, 민관유착 우려에 소통창구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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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공직사회 청렴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이 공직사회를 '섬'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데 이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강화된 공무원 행동강령이 적용되면서 민관 소통을 막고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경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이 민간의 혁신성을 전수받기 위해 도입한 민간근무휴직제도 역시 민관 유착 우려로 중단된 상태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에는 퇴직공무원의 로비ㆍ전관예우로 인한 특혜 시비를 막기 위해 직무 관련 퇴직자와의 사적접촉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소속 기관 퇴직자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같이하는 등 사적으로 접촉하는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이를 신고해야 한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긴 공무원은 징계를 받게 된다.

퇴직 공무원을 만나는 것조차 제한되다 보니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민간과 기업과의 단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부처가 세종 등으로 이전하면서 각계각층과 소통하는 기회가 줄어들어 공직사회가 정책 현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 기강의 고삐를 조인 청탁금지법에 더해 공무원 행동강령 시행으로 민관 교류를 단절시켜 현실감각이 결여된 '탁상행정'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칫 구설에 오를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동문 모임에 자연스럽게 부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청렴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가 강해질수록 민간에서도 심리적인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문호남 기자 munonam@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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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가 보류된 것도 기업과 업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사례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하며 보고서 공개 방침을 고수했지만, 결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보고서 공개를 막아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보고서를 그대로 공개할 경우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기업 간 소통과 정보교류 창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을 잇는 핫라인 역할을 하려던 '혁신성장 옴부즈만' 제도는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손잡고 혁신성장 옴부즈만을 출범시켰지만, 초대 옴부즈만으로 위촉된 조광수 연세대 교수는 한 달 만에 사의를 표했다. 조 교수가 옴부즈만에서 물러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새로운 후임자 물색과 검증 작업 중이다.

현직 공무원이 민간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인 민간휴직근무제는 중단됐다. 공무원과 기업의 유착 논란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최근 3년 동안 신규 모집이 중단된 상태다. 2002년 도입된 민간휴직근무제도는 공무원이 민간의 업무수행방법ㆍ경영기법을 습득해 공직에 도입하고, 민간은 공무원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민ㆍ관 간 이해를 높이고 상호 발전하기 위한 제도다. 정책현장의 애로사항과 고충을 파악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쏠림 현상, 과다보수 지급, 업무 연관성, 근무평가 부실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시행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올해부터 민간근무휴직제를 잠정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초 민간에서 전원 복귀한 이후 제도 시행을 잠시 보류 중"이라며 "기업 수요가 있다면 향후 재개될 수 있지만 (여론의) 분위기를 봐야한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4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중앙정부와 달리 6, 7급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복귀 후 3년간 관련부서 배치를 금지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제도 자체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뭇매를 맞자 여론에 휩쓸려 일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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