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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슈퍼볼 광고시장도 휩쓴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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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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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알렉사(Alexa), 텍사스 날씨 좀 알려줘."
부르기만 하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그 '사람'의 자리를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알렉사'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알렉사가 텍사스의 날씨를 알려주다 갑자기 기침을 콜록인다. 심한 감기몸살에 음성비서 알렉사가 목소리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4일(현지시간) 열렸던 미 최대 스포츠 축제 슈퍼볼.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 각축장이기도 한 슈퍼볼 광고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아마존 광고는 위와 같은 다소 실없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미국인들에게 이제 익숙해진 알렉사가 목소리를 잃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아마존의 수장 제프 베저스 CEO(최고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다급하게 해결책을 물으며 등장하고, 결국 아마존은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알렉사의 목소리를 대신하기로 했다.

거침없는 랩으로 빌보드를 정복한 여성 힙합 뮤지션 카디 비(Cardi B). 알렉사 대신 나선 그는 컨츄리뮤직을 틀어달라는 사용자의 주문에 자신의 노래인 힙합만을 불러준다. 욕쟁이 쉐프로 유명한 고든램지는 음식 레시피를 알려주면서 사용자에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욕설을 퍼붓는다. 배우 레벨 윌슨은 무드등을 켜 달라는 주문에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른하게 대답한다.
유명인들이 알렉사 대신 '사람다운' 응답으로 당황시키는 장면은 큰 웃음을 불러일으키며 이번 슈퍼볼 광고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아마존이 올해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인 셈이다. 유튜브에서 해당 광고는 4100만뷰를 기록했고, 애드미터에 따르면 20~30대 뿐 아니라 60대 이상 연령대에서까지 10점 만점에 7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다.

슈퍼볼 광고를 보며 다시 한 번 미국에서 아마존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마냥 넋 놓고 멋지다고 하기보다는 약간의 두려움과 씁쓸함도 함께 느껴졌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성장했다. 아마존 연합국(United states of Amazon), 아마존으로 인한 산업변화(Amazonization) 등이 바로 그것이다.

파괴적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아마존이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문어발식 기업이 따로 없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지난해 홀푸즈마켓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의료보험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영역의 파괴(disruption)가 화두가 된 요즘, 한국에서는 앞으로 문어발식 경영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또다른 부분은 기업문화다. 아마존은 IT기업 중에는 보수적인 축에 속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실리콘밸리의 여느 기업과 같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톡톡 튀는 광고를 낼 수 있고, CEO가 광고에 직접 출연하며 웃음을 주는 기업문화 역시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딱 9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식경제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다 "닌텐도 게임기와 같은 것을 우리는 개발할 수 없느냐"라고 물었다. 그 이후 정부 주도의 한국형 닌텐도, 이른바 '명텐도'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거셌다. 세계를 휩쓴 게임 '포켓몬 고'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한국시장에서 한국형 닌텐도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 주도로 억지로 만든 혁신기업 대신 인내심을 갖고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한국에서도 제2의 아마존, 한국어 버전의 '제2의 알렉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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