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디자이너 이제석 씨가 단단히 뿔이 났다. 5일 강원도 평창선수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벽 제막행사를 보고 난 이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날 주최한 행사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이엑 푸르 비엘 유엔난민기구(UNHCR) 서포터, 도종환 문체부 장관, 이희범 조직위원장, 장웅 북한 IOC 위원과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평화의 다리 만들기(Buiding Bridges)'로 명명된 평창올림픽 휴전벽은 높이 3m, 너비 6.5m의 수직 콘크리트 벽이 수평으로 구부러져 다리가 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제석 씨가 이 조형물의 디자인과 제작을 맡았다.
이 씨는 자신의 입장을 담은 이메일을 통해 "작품의 원안을 먼저 공개한 뒤 희망하는 선수들이나 주요 관계자들이 벽에 원하는 메세지를 쓰는 것은 허용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스프레이칠을 해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개월 간 벽돌 조각을 해 작품에 담은 심혈과 정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협의 없이 작품을 마음대로 개작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는 작가에 대한 모욕이고, 국제적인 행사에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처사로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직위 관계자에게 이 내용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스프레이칠은 작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휴전벽 제막행사 이후 진행하려던 게 원래 계획임은 맞다. 그러나 행사장 일대에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 현장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프레이에 도핑 문제나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성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벽면에 문양을 도포하는 작업을 하루 전에 먼저 했다."
이 관계자는 "디자이너의 구상이나 예술적 영감을 고려하지 않고, 행사 진행에만 초점을 맞춰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그 부분과 관련해 디자이너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작품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밥도 청소도 다 해주니" 살던 집 월세로 돌리고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