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흰 장미를 달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사진=연합뉴스
임은정 검사 “갑자기 입안으로 틀어오는 물컹한 혀에 술이 확 깼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맥주를 마시던 중 A차장은 저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자기 첫사랑과 너무 똑같이 생겨서 보자마자 놀랐다고”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익이라잖아”
익명으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블라인드’ 앱에는 지난 1일 ‘미투’ 채널이 개설되고 5일 기준 직장 등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1,263개가 쏟아졌다. 블라인드 측에 따르면 지난 2일에는 오후 6시까지 하루만에 714개의 ‘미투’ 게시물이 쏟아졌다. 신고 등의 이유로 삭제된 게시물은 하루 평균 30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 직장에서 겪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가족이나 친지에게 어릴 때 당했던 성폭력 경험도 올라온다. 블라인드 관계자는 “과반의 게시물이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피해 고백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앱을 이용하는 익명의 여성 A씨는 “휴무날에 갑자기 집근처 술집에서 손님들하고 술마시는데 여자가 없어서 술맛이 안난다며 한시간만 있다 가달라고 빨리 당장 나오라고 부장체면좀 살리라며 밤 11시에 선술집으로 불려나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익명의 B씨는 “회식 자리가면 젊은 여자 사원부터 옆에 앉히지 마라, 좀 앉고 싶은대로 앉자”면서 “니가 잘하면 누구든 거리낌 없이 니 옆에 앉을테고 니 옆에 아무도 안 앉는단 얘기는 그간 니 행실이 고약했단 얘기다”라며 “여자사원 지정석 어거지로 해놓고 술따라달라 어쩌라 하면 좋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C 씨는 “(직장 상사가)와이프와 각방을 쓴다, 인생에 낙이없는 자신에게 니가 모티브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둘이있을땐 오빠라고 불러라 등..”의 말을 자신에게 했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미투’ 글은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익이라잖아’라는 내용의 글이다. 글쓴이 D씨는 이 같은 내용의 말을 “결혼 전에 정말 많이 듣던 웃음 섞인 농담”이라면서 “이런 농담하는 사람, 어느 회사나 꼭 있더라구요. 엄연한 여성에 대한 성희롱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말을 듣고 웃어넘겼던 여성분들, 이런 말을 웃으면서 쉽게 했던 남성분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으며 그냥 넘겼던 주변인들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미투’ 운동은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리얼미터가 ‘미투’ 운동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한다’(적극 지지 54.8%·지지하는 편 20.0%)는 74.8%, ‘반대한다’(적극 반대 5.0%·반대하는 편 8.1%)는 13.1%로 나타났다. ‘잘모름’은 12.1%였다.
성별로는 여성(76.2%)이 남성(73.3%)에 비해 지지가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40대(90.1%), 30대(82.2%), 50대(74.4%), 20대(73.9%), 60대 이상(57.7%)에서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조사됐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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