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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성과 없이는 장기집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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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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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못해도 20년은 집권합시다."

최근에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20년 집권론'이 나오는 모양이다. 며칠 전 한 유력지의 칼럼은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을 포함해서 생생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다뤘다. 여권은 이번 6ㆍ13 지방선거의 압승을 통해 우선 지방의 주류 세력을 교체함으로써 이런 구상을 차근차근 현실화시켜 나갈 계획은 갖고 있다고 한다.
세상일은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야당이 분열돼 계속해서 지리멸렬한 상태를 유지하면 그런 일이 쉬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선거에서 압승하기 위해서는 뭔가 필수적인 일이 함께 해야 한다. 대중의 인기라는 것이 봄날의 아지랑이 같아서 분명히 잡은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새 손아귀를 빠져나갈 수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만큼 종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근사하게 포장을 하는 일로 얼마 동안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지갑이 얇아지면 언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돌아선다.

여권이 기대하는 것처럼 '20년 집권론'에 성공하려면 승패는 단기적인 인기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를 얼마만큼 개선시킬 수 있는가에 좌우될 것이다. 정치에서 표를 얻는 것은 단기 거래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장기 거래관계와 같다. 얼마 동안은 이미지나 사건으로 득을 볼 수 있고 전임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상응하는 성과를 원한다. 그런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람들이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지집단을 분리한 다음에 선별적으로 이익을 나눠 주는 정책은 쉽다. 눈에 보이는 숫자를 바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표가 계산된다. 하지만 입을 다문 다수 사람들은 자칫 정책 결정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이들까지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은 차별적인 정책이나 인기를 끌 수 있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올려서 얻을 수 있는 표는 금방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서 비용을 치르고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은 정책 담당자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언짢더라도 자신의 의사를 그냥 속으로 삭이고 만다. 성장률이 2~3%대인 나라에서 한 해에 최저임금을 16%대로 올리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정책이다. 결국 그 정책은 실행에 옮겨졌고 여기 저기 아우성과 원성이 자자하다. 이 정책의 승자는 몇 명이 되겠는가? 이런 정책의 패자는 또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부분을 잘 새겨야 계속해서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업하는 일이나 정치하는 일이나 오십보 백보다. 사업가는 당장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무리하지 않는다. 거래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최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물론 뜨내기 장사하는 사람들은 한 몫 잡고 달아나 버리면 그만이지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수급원리에 바탕을 둔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들은 인과관계로 보면 경제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으로는 경제성과를 올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미 한국은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상태이고 장기불황의 수렁으로 들어간 지 제법 됐다. 얼마 동안은 성과 부진을 또 다른 집단의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계속할 수는 없다. 결국 경제 성과를 올려야 재집권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 일반을 보고 건강한 정책을 사용해야 바람을 현실화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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