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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군대 갔다 온 나 비양심인가요?…양심적 병역거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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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첫 입영행사가 2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렸다
이날 입소하는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8년 첫 입영행사가 2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렸다 이날 입소하는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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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로 법원으로부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항소심에서는 잇따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을 둘러싸고 사회적 찬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라 스스로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이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현실에서 국방력을 약화하고 국방의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병무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처벌받은 인원은 1만9000여명을 넘어섰다.

인천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오연정)는 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23)와 B씨(24)에 대해 각각 원심을 파기,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각각 2016년 4월과 2017년 6월 육군 모 부대로 입영하라는 인천병무지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 의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병역거부자가 내세운 권리가 우리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입법목적을 능가하는 우월한 헌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이들에게 군대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병역법 제88조 1항이 정한 ‘입영을 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덧붙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은 국방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돼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법상 피고인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하고 종교적 신념에 따른 입영 거부인 만큼 앞으로도 병역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사진=연합뉴스

대법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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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 양심 위반” vs 대법원 “처벌,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 어긋나는 것 아냐”

병무청이 병역법상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 등 공개’ 조항을 근거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이처럼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지는 인원은 매년 600여 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이 양심 및 종교의 자유(규약 제18조)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UN은 앞서 2015년에는 한국의 이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처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즉시 석방, 전과기록 말소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다르다. 그동안 유죄 판결을 유지했고, 헌법재판소도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의 선고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판례를 벗어난 적이 없다. 2017년 6월25일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훈련소 입소 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며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A(22)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실형을 확정한 것은 지난해 기준 13번째다.

재판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처벌의 예외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중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제18조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되지 않고,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지 말라는 유엔(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5월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2005년 출소한 나동혁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인 5월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주최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처벌 중단 및 대체복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2005년 출소한 나동혁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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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3개국 중 31개국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한국, 대체복무제 도입될까


2016년 서울변호사회가 6월17일부터 7월2일까지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1297명 가운데 74.3%에 해당하는 964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의 자유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6.2%(859명)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대만 등이 이미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유엔인권위원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 기준 징병제를 유지하는 세계 83개국 중 31개국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 러시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폴란드, 핀란드, 덴마크 대만 등이다. 이들 나라는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대신 대체 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7년에는 국방부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실제로 이행되고 있지는 않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7일 청와대에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으로부터 취임 후 첫 특별 보고를 받고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국제적 원칙에 따른 인권위의 대안제시와 군인권 관련 인권위 조직설치를 주문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5월31일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병역법과 예비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의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행해야 할 대체복무 업무를 중증장애인 수발, 치매노인 돌봄 등 사회 복지, 보건·의료, 재난 복구·구호 분야에서 신체적·정신적 난이도가 높은 업무로 지정했다. 또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기간을 현역 육군 병사의 2배로 규정하고 엄격한 복무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합숙 근무시키도록 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간을 현역 병사의 1.5배로 정하고 대체복무요원은 원칙적으로 합숙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예비군에 편성된 사람 중에서도 종교적 신념, 헌법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 역시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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