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교육현장에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고학생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고소득층 자녀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학업탄력성'이 최근 9년 사이에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근대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계층이동의 주요한 사다리로 여겨지던 학업성적까지 소득에 비례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우리사회의 양극화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이란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가정의 학생 중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3등급(Level3) 이상 상위권에 든 학생들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가정환경과 무관하게 개인의 노력으로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이 지난 2006년 이후 9년간 무려 16%나 빠졌다. 가난한 환경을 딛고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소위 '개천용(龍)'들이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학업탄력성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인은 학생의 정기적인 등교와 교실의 훈육 분위기, 학교 내 과외 활동 등이었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려 정기적 등교가 어렵고, 좋지 못한 학군지역에 살면서 부모가 과외활동을 지원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탄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학업탄력성 저하는 곧바로 기회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과거 전 근대시대부터 유일한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여겨졌던 '학력'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재정학연구에 실렸던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란 서울대 경제학부의 논문에서는 아예 '개천용불평등지수'라는 새로운 지수까지 도입됐다.
이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30~50대 가구주의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가구주 부친의 직업환경에 따른 기회불평등도는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다시 학생시절의 학업성취도와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성인이 됐을 때 직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밥도 청소도 다 해주니" 살던 집 월세로 돌리고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