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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성적도 '재산순'…급격히 사라지는 '학업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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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아시아경제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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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교육현장에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고학생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고소득층 자녀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학업탄력성'이 최근 9년 사이에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근대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계층이동의 주요한 사다리로 여겨지던 학업성적까지 소득에 비례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우리사회의 양극화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업탄력적(academically resilient)' 학생 비율은 지난 2015년 36.7%를 기록해 2006년 52.7% 대비 16%나 급감했다. 70개 조사대상 지역 중에서는 9위를 기록해 2012년 2위에서 7계단이나 뒤로 밀려났다. 2012년, 54.9%까지 반등하던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은 2015년까지 3년간 급격히 하락했다.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이란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가정의 학생 중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3등급(Level3) 이상 상위권에 든 학생들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가정환경과 무관하게 개인의 노력으로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이 지난 2006년 이후 9년간 무려 16%나 빠졌다. 가난한 환경을 딛고 인생역전에 성공하는 소위 '개천용(龍)'들이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은 2012년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자료=OECD)

한국의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은 2012년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자료=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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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학업탄력적 학생비율이 급격히 빠진 것과 반대로 주변국들의 비율은 대부분 상승했다. 일본은 40.4%를 기록해 2006년 대비 6.5%포인트 상승했고, 대만도 37.3%로 같은기간 2.4%포인트 올랐다. 싱가포르도 43.4%로 0.7%포인트, 홍콩은 53.1%로 0.6%포인트 오르며 조사대상 70개 지역 중 1위를 차지했다. OECD는 이 비율이 상승한 국가들이 평균 학업성취 수준을 높이고 학교 교육질을 개선하거나, 사회경제적 지위가 능력을 설명하는 정도를 줄여 형평성을 높여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학업탄력성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요인은 학생의 정기적인 등교와 교실의 훈육 분위기, 학교 내 과외 활동 등이었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려 정기적 등교가 어렵고, 좋지 못한 학군지역에 살면서 부모가 과외활동을 지원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탄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학업탄력성 저하는 곧바로 기회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과거 전 근대시대부터 유일한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여겨졌던 '학력'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재정학연구에 실렸던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란 서울대 경제학부의 논문에서는 아예 '개천용불평등지수'라는 새로운 지수까지 도입됐다.

이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30~50대 가구주의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가구주 부친의 직업환경에 따른 기회불평등도는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다시 학생시절의 학업성취도와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성인이 됐을 때 직장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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