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이 같은 경제 호황기 물결 속에서 혼자 뒤쳐진 영역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월 연율 2.2%를 기록했지만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유로존의 경우 글로벌 경기강화가 본격화됐던 지난 하반기 내내 인플레 상승률은 1.0~1.5% 수준에 갇혀 있었다.
린든 존슨 제36대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아더 오쿤 박사는 소위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를 창시한 인물이다. 경제고통지수는 한 나라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더한 값에서 GDP성장률을 뺀 것이다. 보통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은 동행하므로 결국은 성장률이 강해봤자 인플레로 상쇄되어버리고 결국 일반 국민들은 추상적인 실업률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 성립된다. 따라서 이를 인플레와 GDP '무용론'의 한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라는 것은 일종의 과제라기보다 경제가 목표 설정이 더 이상 필요없는 상태로 수렴하는 과정 자체라는 것이다. 그 종착지에는 완전고용과 탄력받은 GDP성장세가 있다. 이런 견지에서 비록 일본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여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 종착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진일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내수 진작 프로그램인 '아베노믹스'가 세상에 공개되던 2013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일반 국민의 삶의 질에 있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항상 최고의 조건은 아니다. 물론 돈의 값어치가 보존되거나 올라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유발이 돈을 주고 받는 경제주체들에게 혜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하한선을 2%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통화정책만을 추진하다보면 결국 현금 특히 예금은 상대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므로 화폐의 '구매력(purchasing power)'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일반가계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성상 정부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근거로, 국민들은 고통지수에 의존해 실물경기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경제학의 개념상 다분히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를 반영하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사실 '이성(rational ones)'과 '이상(ideal predictions)'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두에 말한 것 처럼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그 자체로 완전고용과 GDP성장을 촉진하는 수단이라는 장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통지수 역시 우리 경제의 현실과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하는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이치 하마다 예일대 교수
@Project Syndicate/번역: 김희욱 전문위원 fancy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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