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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무데하르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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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정치부 차장]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앞서 치른 독립 찬반투표에선 90% 넘는 찬성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독립선언을 유예한 상태다. 독립이 몰고 올 정치·경제적 광풍을 우려한 탓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은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연합체다. 고대에는 '히스패닉'의 어원인 히스파니아, 이슬람에 점복당한 중세에는 알안달루스라고 불렸다. 로마 제국 점령기에는 귀족들의 이주지로 각광받았다.
종족 구성도 다양하다. 이베로족과 카르타고인, 켈트족, 서고트족, 반달족, 게르만족 모두 조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700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으며 아랍인과 피가 섞였다. 덕분에 오늘날 스페인 사람들의 얼굴에선 아랍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엘 시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레콘키스타(재정복 운동)'는 이슬람교도를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낸 계기가 됐다. 이어 콜럼버스의 '대항해 시대'가 도래했고 브라질을 제외한 아메리카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초강대국으로 떠올랐다.

수년 전 유구한 역사를 품은 스페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아프리카를 기착해 닿은 이곳은 문화적 충격 자체였다. 레콘키스타 당시 피로 얼룩진 언덕에는 '백설공주의 성(城)'으로 불리는 세고비아성이 우뚝 서 있었다.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백설공주의 배경이 됐던 바로 그 성이다. 이 성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무데하르 양식 덕분이다.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건축 기법이다. 화려한 타일 벽과 천장 장식, 섬세한 조각의 아치형 기둥, 연못과 정원이 특징이다. 최전성기를 이끈 펠리페 2세 국왕도 이곳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이런 무데하르 양식은 스페인 곳곳에서 드러난다. 세비야 대성당과 아름다운 중세도시 톨레도, 코르도바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이 중 이슬람 사원을 개축해 지은 코르도바 대성당이 가장 유명하다. 중세 최대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지 않고 중앙에 르네상스 양식의 돔을 얹어 개조했다.

태양광을 눈부시게 쏟아내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뒤에 숨은 역사다. 이슬람과 칼을 겨누면서도 결국 화합과 관용, 상생을 이뤄낸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궁극적 지향점이기도 하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북핵ㆍ미사일로 남북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절룩거리며 걷고 있다. 다민족 국가도 해냈던 그 상생을 단일 민족이라는 우리가 미처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완수해야 암흑기의 여명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오상도 정치부 차장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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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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