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사업자들이 준 수수료액, 지난해 약 1兆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전문 여행사에 수수료를 주고서라도 관광객을 데려오고, 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돈을 써서 차익이 남으면 상관없죠. 그런데 일단 입국자가 없고, 돈도 안 쓰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예전처럼 주고 받는 건 불가능해요. 중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가장 흔하면서도 기형적인 구조가 이번 기회에 바뀌기도 할겁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 시내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주요 사업자들이 단체여행객을 유치하는 각 여행사와 전문 가이드에게 지급하던 송객수수료율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각 여행사의 모객 규모 및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기존 대비 10% 이상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많이 떼어주고, 그만큼 많이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지급 여력도 부족하고 매출이나 이익 개선 효과도 미미해 자연스럽게 수수료율을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급된 업계 전체 송객수수료 규모는 9672억원. 시내면세점 매출 대비 10.9%, 단채관광객 매출 대비 20.5%에 달한다. 특히 2016년의 송객수수료 증가율(전년 대비 71.8%)은 시내면세점 매출액과 단체관광객 매출 증가율(각각 43.5%, 62.5%)을 상회한 바 있다.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송객수수료는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면세점들의 지급률이 더욱 높았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수수료율은 20.1%를 기록한 반면 중소중견면세점은 26.1%를 기록했다.
면세점과 같이 수수료를 지급해가며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형태는 백화점, 호텔, 일반 식당 등 외국인 관광객과 관련 있는 업계에서는 흔한 것이다. 오히려 불가피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지급은 저가관광 상품 양산으로 이어지고 관광 만족도 하락, 관광산업 경쟁력 저하 등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발표된 '2016년 외래관광객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3년 내에 관광을 목적으로 재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관광객은 84.1%로 전년(85.6%) 대비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 인센티브 관광객을 중심으로 수천명 단위로 입국하는 대규모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를 높이기 시작했던 것"이라면서 "2015년부터 시내면세점이 잇달아 오픈하면서 경쟁적으로 올린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송객수수료에 대해서는 정부의 별도 지침이나 권고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초부터 관세청이 업계의 자발적인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 패턴을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키로 한 바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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