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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북쪽 하늘서 자유롭길”…대전 오월드 북극곰 ‘남극이’ 1월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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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남극아, 넓디넓은 북쪽 하늘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영원히 행복하렴.” 동물권단체 케어가 대전 오월드에서 폐사한 북극곰 ‘남극이(32)’를 추모하며 다음 아고라에 남긴 글의 일부다.

2일 케어에 따르면 ‘남극이’는 지난 1월 4일 췌장암에 의한 복막염과 폐혈증으로 폐사(오월드 부검결과)했다. 지난 2002년 스페인의 한 동물원에서 남극이를 수입한 점을 감안하면 15년가량을 대전 오월드에서 생활하다 생을 마감한 셈이다.
폐사 당시 나이로만 볼 때 남극이의 죽음은 자연사에 가깝고 북극곰의 평균 수명보다는 7년~12년가량을 더 살았다는 게 대전 오월드의 설명이다. 대전 오월드 관계자는 “통상 야생 북극곰의 평균 수명은 15년~18년, 사육 곰은 20년~25년 사이”라며 “남극이가 32살에 폐사한 것을 감안하면 노환에 의한 자연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어 측은 “(추모사 中) 고향 극지방이 아닌 낯선 한반도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던 남극이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라고 반문하며 “영하 40도의 강추위와 시속 120㎞의 강풍을 견디며 용맹하게 살아가야 할 북극곰에게 30도를 넘나드는 한반도의 여름은 차라리 형벌과 같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평생 좁은 공간에 갇혀 살아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 단체는 “남극이가 좁은 공간을 의미 없이 오가는 정형행동(격리 사육되는 동물 또는 갇힌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일종의 정신질환)을 보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고 문제제기 했다.
케어는 에버랜드에서 사육 중인 북극곰 ‘통키(22)’의 사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이는 남극이가 폐사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통키의 열악한 사육환경을 비판하던 중 같은 종인 남극이의 사육환경을 비교하려는 과정에서 폐사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케어 관계자는 “대전 오월드는 남극이가 폐사했을 때 환경부에 폐사신고를 하면서도 외부에는 6개월 이상 쉬쉬해 왔다”며 “홀로 조용히 세상과 안녕을 고한 남극이의 사망 사실을 가리려 했던 비정함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월드 관계자는 “동물원은 통상 사육하던 동물들의 폐사 사실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며 “종복원 성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국늑대 새끼 6마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사한 것을 빼고는 지금까지 동물의 폐사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케어는 성명을 통해 북극곰의 국내 수입 및 전시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 원천적으론 북극곰의 수입이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열대성 기후인 우리나라에서 극지방에 사는 북극곰을 수입해 전시하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가 된다”는 이 단체는 “세계적으로 북극곰 전시가 금지되는 추세를 반영, 우리나라도 이제는 극지방 해양동물의 수입과 전시를 금지해야 한다”며 “우리는 마지막 남은 통키의 환경개선을 위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극이의 폐사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북극곰은 에버랜드에 있는 통키가 유일해졌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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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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