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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아라비아의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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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임수, 어리석은 제국주의 그리고 현대 중동의 탄생

아라비아의 로렌스

아라비아의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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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로렌스’는 1962년에 나온 영국 영화다. 감독은 데이비드 린. 제1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아라비아에 서 활동한 실존인물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1888∼1935)를 주인공으로 삼아 대배우 피터 오툴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수에즈 운하의 지배권을 놓고 영국과 터키가 맞선 상황에서 로렌스 중위가 아랍부족을 연합하여 터키 군을 무찌른다는 내용이다.

70mm 와이드 스크린에 구현한 광활한 사막의 풍경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로렌스의 친구 알리 역의 오마 샤리프, 아우다 역의 안소니 퀸, 파이잘 왕자 역의 알렉 기네스 등 한 시대를 장식한 스타들이 등장한다. 1989년에 재복원한 작품의 러닝타임은 216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내 영화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로렌스는 1910년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영박물관의 탐험대에 참가하여 1910년부터 1914년까지 아라비아와 시리아 지역을 조사했다. 이때 아랍에 대해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정보 장교로 참전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존칭이 아랍에 대한 그의 헌신을 집약한다. 그는 1935년 5월 12일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

영화는 아주 복잡 미묘하다. 린 감독은 주인공 로렌스의 성격이나 심리의 기복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로렌스를 다루는 안목은 이중적이다. 그를 영웅화하는 한편 편집증적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린 감독은 영화에 아랍민족을 바라보는 서구인의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담고 있다. 하나는 오리엔탈리즘, 하나는 로렌스가 보여주는 공감과 이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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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면 후세인-맥마흔 서한(Hussein-McMahon Correspondence) , 사이크스-피코 협정(Sykes-Picot Agreement)과 밸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을 기억해야 한다. 유럽 제국의 이해에 따라 상호 모순적으로 설치된 장치들로서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불행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후세인-맥마흔 서한은 영국의 이집트 주재 고등판무관 헨리 맥마흔이 아랍 지도자 알리 빈 후세인에게 제1차 세계 대전 중인 1915년 1월부터 1916년 3월까지 10차례에 걸쳐서 전달한 전시외교정책에 관련한 서한이다. 오스만 제국의 영토인 팔레스타인에 아랍인들의 국가를 세우는 데 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은 1916년 5월 9일 영국과 프랑스가 제정 러시아의 동의 아래 맺은 비밀협정으로 오스만 투르크의 분할을 결정하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협상국이 오스만 제국을 격파한 이후 중동의 세력권을 나누기 위한 협정이다. 투르크의 영토였던 시리아·이라크·레바논·팔레스타인을 프랑스와 영국 관할지역으로 분할한다는 내용이다.

영국 외무장관 아서 제임스 밸푸어가 1917년 11월 2일 영국계 유대인 지도자인 라이어널 월터 로스차일드에게 보낸 서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밸푸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 수립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이 선언은 후세인-맥마흔 서한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마로니에북스)

영화만으로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 로렌스를 중심으로 한 영웅 담론과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한계는 영화를 수용자의 입장이 따라 단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미국의 국제분쟁 전문 기자 겸 작가 스캇 앤더슨이 지은 책 ‘아라비아의 로렌스’(글항아리)는 로렌스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앤더슨은 주인공 로렌스 외에 중동을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물 세 명을 동원해 당시의 중동 정세를 재구성한다. 이집트 카이로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일한 쿠르트 프뤼퍼,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인 시온주의자 아론 아론손, 중동의 유전을 노린 미국의 스탠더드오일이 비밀리에 파견한 윌리엄 예일이 그들이다.

작가는 네 젊은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동이 갈등과 혼돈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서구 중심적 시선이라는 비판을 받은 영화의 약점을 의식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추천사를 쓴 세바스찬 융거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전쟁의 개념을 새로 쓴 인물이라면, 스콧 앤더슨은 로렌스를 새로 쓴 사람”이라고 했다.

huhball@

<스콧 앤더슨 지음/정태영 옮김/글항아리/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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