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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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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학벌주의가 많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가운 마음에 클릭을 했는데, 웬걸, '좋은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가 쉽지 않아 학벌이 무의미하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었다. 'SKY 나와도 9급 공무원 합격이 쉽지 않다더라'는 댓글이 달리더니, '차라리 성적에 맞춰 대충 대학 가서 4년간 공무원 시험만 파라', '고3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보고 대학은 야간으로 졸업하면 된다'는 공무원 예찬론이 이어졌다. 이미 지난 주말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사상 최대인원을 기록했고, 라디오와 케이블TV에선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공무원학원 광고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달달 외울 정도다.

꼭 일년 전 이맘 때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가 공식 해체를 선언할 때도 같은 말을 남겼더랬다. '학벌 없는 사회가 실현돼서가 아니라 학벌조차 통용되지 않을 정도로 노동 시장이 열악해져 더 이상 단체의 존재 의미가 없다'며 그들은 해산했다.
그동안 우리는 학벌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목격해 왔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학창시절 최대의 목표였다. 부모들은 노후를 저당잡힌 채 아낌없이 사교육에 돈을 쏟아부었다. 학원 시장은 급성장했고,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더욱 숨가쁘게 늘어 이제는 사교육비 양극화 또한 심각한 지경이다. 학벌에도 '수저론'이 적용되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돼버렸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엔 학벌도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일자리가 희소해지니 그나마 학벌마저 변변치 않으면 취업 원서조자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좁은 취업문 앞에서 다시 내세울 것은 학벌과 스펙이요, 취업을 위해 또다시 사교육(?)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정권들이 모두 '학벌 타파', '사교육 철폐'를 내세웠지만 정작 그들이 추진한 정책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신분과 부의 세습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일각에선 '재력으로 만들어지는 학종 전형 대신 다시 수능으로 돌아가자'고 아우성이다.
이같은 현실이 과연 공교육이 부족해서, 혹은 사교육을 억제할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일까? 굳이 교육학자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교육은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고 경쟁우위에 서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그 본질과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없어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라는 논리에 일견 수긍이 간다. 오죽하면 시민단체 이름이 '사교육없는세상'이 아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겠냐고 누군가 귀띔해준다.

이번 대선주자들도 국민들이 사교육 문제 해결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후보별로 방식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모두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줄이기'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그들이 앞다퉈 내놓은 교육공약이 부디 조금이라도 실효성 있길 바랄 뿐이다.



사회부 조인경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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