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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업무수첩’ 꼼꼼함에 쏘인 피의자 박근혜

최종수정 2016.12.11 16:25 기사입력 2016.12.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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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두 주인공의 공모관계를 드러낸 건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 보좌진의 ‘꼼꼼함’ 덕분이었다.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구속기소)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 측에 유출한 문건은 총 180건 규모다.

시기별로 유출문건 수는 2012년 30건, 2013년 138건, 2014년 2건, 2015년 4건 등으로 박 대통령 취임 첫해에 집중됐다. 올해도 6건의 문건이 최씨 측에 넘어갔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정 전 비서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유출문건 가운데 47건이 국정비밀에 해당한다 보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다.

박 대통령 지시로 최씨가 받아 본 문건에는 현 정부 출범 당시 초대 장·차관, 감사원장 등 고위직 인선자료 및 인선 발표안 등이 포함됐다. 외교안보사항이 담긴 기밀 문건이나 대통령 일정표, 국가정책추진계획 관련 대통령이 정부 부처들로부터 받아 본 업무보고 내역이나 관련 코멘트를 남긴 말씀자료도 최씨가 훑어봤다.

검찰은 최씨 및 그 측근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JTBC·TV조선 등 언론사가 확보해 인계한 자료에서 유출 문건을 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와 구글 G메일 계정을 공유하는 수법으로 이들 문건을 넘겨왔다고 한다.
그는 문건을 전달할 때마다 ‘보냈습니다’ 같은 문자메시지로 최씨에게 이를 알려왔는데, 검찰은 이를 토대로 2012년 11월~2014년 12월 2년 간 최소 237건의 문건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소유·사용을 부정하고 있는 태블릿PC로 정 전 비서관과 문자를 주고받은 내역도 확인됐다.

정 전 비서관은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꼼꼼한 성격으로 박 대통령이나 최씨가 지시한 사항은 모두 녹음해 두고 이를 반복재생해가며 챙기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이전 박 대통령과 최씨가 함께 한 자리에서도 오가는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통신기기 9대에서 모두 236개의 녹음파일을 복구했다. 대다수(224개, 94%)는 박 대통령 취임 이전 것이지만, 12개(28분 분량)는 취임 이후에 생성됐다. 그 중 8개(16분10초)는 최씨, 나머지 4개(12분24초)는 박 대통령과 통화내용이 담겼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문건을 넘기면 최씨가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걸 듣거나,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업무를 지시한 내용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통화내용 외에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3자대화를 녹음한 파일도 5시간 분량(11개, 5시간9분39초)이나 된다. 주로 대통령 취임식 및 취임사를 준비하는 내용들로 앉은 자리에서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고 한다. 검찰은 185명 규모 특수본 내에서도 주임검사와 지휘자 등 극소수로 녹음파일 접근자를 제한하고 보안유지에 각별히 신경썼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도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뒤통수를 때렸다. 검찰은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안 전 수첩이 작성한 510페이지 분량 17권의 업무수첩을 확보했다. 손바닥 크기의 수첩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논의된 사항부터 박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까지 날짜별로 세세하게 기록됐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기재내용이 모두 본인 자필이며 사실과 같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 등 조사내용을 토대로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강요 등 범죄혐의점을 찾아냈지만, 특별검사에 수사권을 넘길 때까지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시종일관 불응하면서 결국 입증은 특검 몫이 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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