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정권인수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나란히 차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외교 문제와 관련, 메시지를 보냈다.
온도 차이는 분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에 전통적 우방과의 우대가 약해져선 안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의 평소 주장대로 러시아와의 갈등을 줄이며 우호적인 양자관계 구축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도 핵심적인 전략관계와 NATO를 유지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으며 NATO 방위공약 준수 의사도 밝혔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기간 공공연하게 'NATO 무용론' 이나 동맹국이 공평한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주둔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오바마 대통령도 트럼프의 과격한 공약들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 수행에 분명히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과 국정 운영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나는 그가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실용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자에게 자신의 선거 공약에 얽매이지말고 현실을 감안해 우방을 중시하는 전통적 외교 노선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직접 전화 통화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두 지도자는 미국과 러시아가 직면한 위협과 도전과제, 전략적 경제 이슈들, 200년이 넘은 양국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과 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기를 고대한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크렘린 궁은 이어 두 지도자가 '공통의 적 1호'인 국제테러리즘 및 극단주의와의 전쟁에서 힘을 합칠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양자 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거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에 대해 러시아의 해킹을 기대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이로 인해 러시아와의 뒷거래 의혹과 비판을 받았지만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곧바로 개선할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향후 외교 정책에서 자신의 공약과 현실 사이의 불균형을 어떻게 조절해나갈 지 주목하고 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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