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이 시는 차라리 그래야 당연한 것 아닐까. 제목을 보라. "<표준비문대사전> 중에서"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 시를 읽고 '이게 도대체 뭔 말이야!'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면 당신은 오히려 훌륭한 독자인 셈이다. '비문'이란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을 뜻한다. 그리고 문법은 '말과 글의 운용 혹은 구성상의 원칙'을 말한다. 즉 '비문'은 원칙 바깥에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원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원칙은 본래부터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구부리고 휘어 만든 인공적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이런저런 말들과 그 말들을 활용하는 방식들 중 몇몇 가지를 '표준'으로 선별해 '규칙'으로 앞장세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법으로부터 탈주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래서 정치적이다. 그런데 이 시가 정말 비문들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제를 뒤틀기는 했지만, 이 시는 주어와 서술어 그리고 다른 문장성분들 대개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그 자리에 생뚱맞은 단어들이 들어가 있을 뿐. 그런데 어찌되었거나 이 시를 읽고 나면 "참 안 예"쁜 켈리가 "부러진 나무 안에서 레몬을 기다리는 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도 누군가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기다렸지 않은가. 결코 온전한 문장으로는 도저히 적을 수 없었던 그런 밤들이 자꾸 엄습한다.
채상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