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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빛, 재, 빈/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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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터, 재 재 재 재재재 잿빛,
빈 때, 재 재재재재 재 잿빛,
있어 본 적 없는 살아 본 적 없는
거기, 그때, 잿빛, 흐려,
흐흐흐 흐흐흐흐흐흐 흐려,
바람인지 먼지인지 흐흐흐 흐흐,

빈 춤, 재잿빛, 아이를 게워 내고
아이를 게워 내고, 흐흐흐도로나
빈 몸, 재애애애앳빛, 빛, 빛, 빛,
있어 본 적만 있는 것도 같이, 살아
살아 살아 본 적만 있는 것도 같이,
같이, 같이만 같은, 아이를 게워 내고
아이를, 소년인지 소녀인지, 게워 내고, 빈,
빈 울음, 비어만, 살아만, 있어만,
본 적만 있는 것만, 살아 있어만,
같은, 같이나 같은, 잿빛, 스러,
스스 스스스 스으으으스스 스러
지는, 빈, 아이를 게워 내고,
비이인, 재재재 재 재재재재 잿빛, 빛,
빈 눈, 흐흐 흐으흐으흐으 흩어져,
빈 터, 빈 때, 안 잊히는,
생각난 적도 없는 것 같이만,
나였다는, 너였다는, 스스스도로나
빈 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없어졌다가 있어지는, 있어만 지는,
아이를 게워 내고 아이를,

빈, 비어서 영영, 거기, 그때,
잿빛, 재잿빛, 빛, 빈

[오후 한詩] 빛, 재, 빈/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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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듬거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그러고 있다. 아니 오래전 언젠가부터 그랬다. 도무지 기가 차서, 화가 나서, 울화통이 치밀어서, 슬프고 슬퍼서, 도대체 납득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어서. 하고 싶은 말들은 정말이지 많은데, 그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야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 주어야 하는데, 말할 틈새도 없이 다시 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그보다 더 큰 일이 터지고 그런 일들이 아랑곳없이 반복되고 되풀이되고 그래서. 그래서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가릴 대로 다 가린 저 뉴스들을 보고 있자면,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서 기가 막혀서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눈썹은 씰룩씰룩거리고 말은 안 나오고 혓바닥은 활활 타오르는데 그래도 말은 해야겠고. 말은 해야겠는데 말보다 욕설이 먼저 튀어나오고 그래서.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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