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 분양 공급 과잉으로 인한 집단대출 증가를 어떻게 억제하느냐에 달려있다. 개인 소득 심사를 하지 않는 집단대출은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한다’는 원칙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도 제외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시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주택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분양권 전매 제한을 하면 둔탁한 규제가 되고 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통해 최근 분양 시장에 최고 90%까지 전매를 염두에 둔 가수요가 끼어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전매 제한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주택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대책을 내놨으나 ‘발등의 불’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택지 공급물량을 지난해의 58% 수준으로 감축키로 했는데, 건설사가 택지를 매입해서 설계와 건축 승인 등 절차를 밟아서 분양까지 하는데는 1년 이상 기간이 걸린다. LH는 이미 연초부터 택지 공급을 30%이상 줄이겠다고 밝혀온 바 있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주택 인허가 자제를 유도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은행들이 집단대출 받는 사람의 소득을 반드시 파악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이는 소득수준별 집단대출 실태 등 리스크 분석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소득을 기준으로 개인 심사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업장 현장심사도 의무화했으나 이미 은행들이 대부분 하고 있는 조치다.
정부는 “중도금대출은 보증부 대출인데다 대출만기도 짧아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현행 선분양 제도 하에서 잔금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실수요자 내집 마련 및 입주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매 제한을 강화하지 않고 집단대출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끼어있는 거품을 그대로 두고 가자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대책이 아니라 시장에 초점을 맞춘 집값 부양 정책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고 혹평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