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은 매일 유동성 부족을 걱정해야 했다. 자연히 은행에 요구사항이 많아졌다. 이번 달에 갚아야 할 돈을 다음에 갚게 해 달라는 식의 요구사항이었다. 은행은 이런 요구를 받아 줄 것인지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있다. 그 요구를 들어주면 회사가 살아날 것인가. 회사가 살아날 수 없는데 그런 요구를 들어줄 은행은 없다. 그때그때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요구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미가 없다. 그걸 해줘봐야 회사가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도 매우 어렵다. 여러 가지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제안이 나온다. 현대상선의 경우와 같이 은행이 했던 질문을 해본다. 그런 단편적인 제안을 채택하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까. 답은 아니다. 살아날 수 없다. 단편적인 제안은 의미가 없다. 그걸 했다고 해서 우리 경제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세율을 인상하고 일부 복지 지출항목을 늘린다고 해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추경을 했다고 우리 경제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가라앉는 배에서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배는 더 빨리 가라앉을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먼저 수립하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상이나 추경 편성은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의 한 부분이라고 할 때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계속 논의하겠지만 그 핵심 키워드는 박지성 선수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선전하기를 바란다면 박지성 선수와 같이 잘하는 선수를 대표로 뽑아야 한다. 히딩크와 같이 능력 있는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겨야 한다. 우리 경제도 똑 같다. 박지성과 히딩크와 같이 능력 있는 사람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경제 시스템을 바꿔주면 우리 경제는 살아날 것이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성공했다.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마크 워커라는 변호사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안현수 선수와 같이 잘 하는 선수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나라는 번영하기 어렵다. 힘 있는 사람 중심에서 능력 있는 사람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꿔주면 우리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주면 된다.
우리 경제 회생을 위해 '박지성 선수론'을 편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은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그는 특히 2001년부터 3년 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맡아 국내 부실 금융사들의 매각을 주도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혐의로 사법처리를 당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4년 법정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관료가 소신껏 일하면 언젠가 탈이 난다는 '변양호 신드롬'이란 말이 생겼다. 2005년 보고펀드를 설립해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로 만든 그는 지난 2월 말 현대상선이 용선료 조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가 선임해 외채협상에 참여한 마크 워커 미국 변호사와 함께 핵심 역할을 했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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