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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정부가 놓치고 있는 것들③]독이 된 해양플랜트…"핵심기술 없어 손실 부메랑"

최종수정 2016.06.13 12:28 기사입력 2016.06.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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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놓친 조선해운 구조조정 진짜 문제…<3> 해양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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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11조원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이로써 구조조정의 큰 틀과 방향은 잡혔다. 하지만 조선ㆍ해운업의 위기를 초래한 '내부의 함정'을 제거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고 위기는 반복된다. 이에 '제 살 깎기'식의 저가수주, 불리한 계약관행 등 고질적인 병폐를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2011~2012년 노르웨이에서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을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한 척당 6000억원으로 총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된 후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정이 늦어지면서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첫 시추선에서만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고, 나머지 3척에서도 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만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조원 단위의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한 직접적인 원인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이다. 해양플랜트는 1000m 이상 심해에 매장된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자원을 시추하는 장비를 말한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이 장비의 건조, 설치, 공급 등 전 과정을 아우른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2010년만 해도 유럽발 재정위기 영향으로 상선 수주가 급감한 국내 조선업계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일반 상선 한 척을 계약했을 때의 수주금액이 3000억원을 넘기기 힘든 데 비해 해양플랜트는 한 기만 수주해도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절정을 이루던 2012년과 2013년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전체 수주액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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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양플랜트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실력 부족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핵심이자 손익 계산의 근거가 되는 설계 부문을 거의 해외 기업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턴키(설계ㆍ시공 일괄계약) 방식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기본설계와 핵심 기자재 제작을 다른 회사에 맡기다 보니 이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기본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조선사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건조하다가 뒤늦게 재설계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기가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는 조선 3사의 조원 단위 영업손실을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조선 3사가 낸 8조5000억원의 영업손실 가운데 7조원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일괄수주 방식으로 입찰을 따냈던 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설계 변경이나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혼자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이 조선업을 망가뜨린 원흉으로 전락했지만, 미래를 담보할 전략사업으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조선업에서 선박시장은 이미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해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고부가가치 사업인 해양플랜트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바다 속 석유ㆍ가스 매장량은 지구 전체 매장량의 70%가 넘고 육상 에너지 자원은 언젠가 고갈될 것"이라며 "시기만 남았을 뿐 해양플랜트시장은 다시 급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제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양플랜트)건조 부문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서 설계엔지니어링 기술과 역량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며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정책보다는 산업체질 개선을 위한 고급인력 양성, 핵심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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