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놓친 조선해운 구조조정 진짜 문제…<3> 해양플랜트
정부가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11조원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이로써 구조조정의 큰 틀과 방향은 잡혔다. 하지만 조선ㆍ해운업의 위기를 초래한 '내부의 함정'을 제거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성공할 수 없고 위기는 반복된다. 이에 '제 살 깎기'식의 저가수주, 불리한 계약관행 등 고질적인 병폐를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2011~2012년 노르웨이에서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을 수주했다. 계약금액은 한 척당 6000억원으로 총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된 후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정이 늦어지면서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첫 시추선에서만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고, 나머지 3척에서도 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만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실력 부족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핵심이자 손익 계산의 근거가 되는 설계 부문을 거의 해외 기업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턴키(설계ㆍ시공 일괄계약) 방식으로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기본설계와 핵심 기자재 제작을 다른 회사에 맡기다 보니 이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기본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조선사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건조하다가 뒤늦게 재설계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기가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는 조선 3사의 조원 단위 영업손실을 발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조선 3사가 낸 8조5000억원의 영업손실 가운데 7조원이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일괄수주 방식으로 입찰을 따냈던 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설계 변경이나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혼자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3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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