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어려워지면서 '비정규직' 임원 권고사직
아무 이유없이 전공분야 아닌 계열사로 보내져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직장인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기업 임원의 처우가 달라졌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비정규직'인 임원들부터 권고사직을 하는가 하면, 아무 이유 없이 전공분야도 아닌 계열사로 보내지기도 한다. 경영진부터 고통을 분담하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회사 입장이지만 임원들의 삶의 질은 퇴락하고 있다.
최근 A유통기업은 임원의 15%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경영상황에 따라 임원의 명예퇴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급여도 임원만 30% 삭감했다. 이 기업은 2010년 말 연봉의 25%를 인상했다. 임원 연봉도 소폭 올랐지만 열심히 일하면 특급대우를 직원들에게 보장하겠다는 게 연봉 인상 배경이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연봉 삭감은 임원부터 진행됐다.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이 정책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등기이사 월평균 보수액은 800만~900만원 수준이다. 이사, 상무 등의 임원은 이보다 더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 이 회사 차장급보다 월급이 적다.
B백화점의 경우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내수소비 둔화로 백화점 실적이 내려앉자 임원을 무작위로 계열사로 발령냈다. 임원들은 전공분야도 아니다 보니 신입사원이 된 기분으로 공부하지만, 기존 직원들과 화합이 쉽지 않다. 주류업체는 글로벌 본사로부터 영업담당 임원을 포함한 임원 4명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국내에서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기업 임원이 될 확률을 1% 내외로 본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74%다. 1000명 입사하면 20년 후 7.4명만 임원이 된다는 얘기다. 대기업의 부장 승진비율은 1.8%, 임원 승진비율은 0.47%에 불과했다.
하지만 임원이란 별을 달면 성공가도를 달린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실제 대기업 임원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를 보면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은 20.0%로 2011년(22.9%)에 비해 감소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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