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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해외신도시 수출, 과거의 실패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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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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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신도시 수출과 관련한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기업들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인도, 카자흐스탄, 베트남, 볼리비아 등에서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두는 중이다.

그런데 자연스레 걱정도 생겨난다. 과거 경험 때문이다. 10여년 전에도 중국과 알제리,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해외 신도시 건설에 나서며 금세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 적이 있다. 당장 수조원의 사업이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지금 살아남은 사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15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기업이 2000만평에 이르는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하였으나, 추진기업의 부실화와 경험 미숙으로 손을 놓게 되었다. 그 후 알제리, 카자흐스탄, 중국, 동남아 등에서 시도하였으나, 현지 시장에 대한 경험 부족과 자금조달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큰 실패를 맛봐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과거와 큰 차이가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수주가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198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신도시와 산업단지 등 다양한 형태의 엄청난 물량의 도시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를 활용해 우리의 강점과 실패의 원인을 들여다봐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 건설업의 강점이라면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걸리는 신도시 건설을 우리는 불과 몇 년 내 완공하는 추진력을 들 수 있다. IT기반의 U-City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도 해외 현지에 가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속한 신도시건설은 우리나라 고유의 토지공급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U-City도 그 내용이 모호하여 논의만 무성하였지, 실제 IT의 활용도는 에트루리아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계획 측면의 능력은 어떤가. 분당과 일산 신도시를 만들 때는 한국적 정서와 건설업의 역량 등을 감안하여 한국형 근린주구모델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경직된 공급제도로 인하여 선진국의 계획수준은 고사하고, 중국의 도시계획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해외에 수출한 신도시의 경우도 그 나라의 상황에 맞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 분당과 일산 신도시의 계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에 신도시 개발을 시도할 때 생겼던 일이다. 양국 정부가 적극 나섰고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참여하였으나, 자본을 투자하는 시점이 도래하자 모두 꺼려해서 무산되었다. 신도시사업 경험 미숙으로 인한 불안감과 자금 부족이 원인이었다. 실제 극소수의 특수한 경험 사례를 제외하면, 본격적인 신도시를 건설한 경험이 있는 건설사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대책들도 마련되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감이 많다. IBM의 Smarter City, 지멘스의 메가시티와 같은 한국 고유의 신도시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였고, 해외신도시 개발에 대한 체계적 연구도 부족하다. 그리고 해외개발 시 참고할 만한 자료도 코트라에서 제공하는 일반적 수준이라 리스크는 지금도 높은 편이다.

요즘 신도시 건설 경험이 전무한 민간기업이 각개 약진하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정부에서도 최근 자본조달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의 사업과 외교부의 원조사업이 따로 놀고 있으며, 민간기업의 투자와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비효율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대통령은 코리아 에이드를 외치며 새로운 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를 새로운 계기로 삼아 해외신도시 수출의 기반을 닦고,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위기에 처한 건설산업도 연착륙 할 수 있을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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