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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20대 국회가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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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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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20대 국회가 출범했다. 지난 19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법안이 9800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그런데 내용을 알고 보면 발의 법안이 15대 때 1951건에 불과했는데 16대 2507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그리고 19대에 1만7822건으로 급증했다.

숫자로만 보면 국회의원들이 엄청나게 열심히 일한 듯 보인다. 20년 전인 15대 국회에 비해 19대 국회는 10배나 많은 법안을 만든 것이다. 국회의원 1명당 평균 60건씩 발의했고 이는 매달 법안 하나씩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렇게 많은 법안을 만들었다는 것은 일을 열심히 했다기보다 너무 많은 법안을 마구잡이로 양산해 낸 데 따른 것이다. 각 당에서 국회의원 공천후보를 심사할 때 의정활동 평가지표로 발의한 법안 수를 따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법안의 중요도나 질은 상관없고 숫자 늘리는 데만 신경 쓰게 돼 이미 폐기된 법안의 자구수정만 해서 법안을 발의하는 식의 실적 쌓기를 하기 때문인 것이다. 마치 대학에서 연구의 질은 상관하지 않고 연구논문의 수만 따지는 평가제도 때문에 수준 높은 연구가 나오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의 발전과 민생에 미치는 국회의원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국회의원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그런데 20대 국회의원 선거만큼 불과 두세 달 전의 여론조사 예측이 뒤집어진 선거가 드물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이 정치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후보 공천과정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당직자들끼리 공천권을 놓고 싸우는 모습에 대한 실망감을 국민이 표로써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선거에 당선된 사람이나 낙선한 사람이나 할 것 없이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사람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저렇게도 힘든 후보공천을 받으려고 졸속으로 법안도 발의하고 공천권자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공천을 받은 다음에는 치열한 선거를 거쳐 당선돼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국회의원에게 보장되는 특권 때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4689만원이다. 이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연봉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의 높은 연봉이라고 한다. 그리고 7명의 보좌관에게 제공되는 연봉 합계가 무려 3억9513만원이다.
그 밖에도 국유 철도나 비행기, 선박은 무료로 이용하고 공항귀빈실 이용의 특권이 주어진다. 굳이 우리나라 국회의원 경쟁력이 OECD 꼴찌라는 말은 안하더라도 당선만 되면 너무나 많은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영국이나 스웨덴의 국회의원 수준으로 연봉과 혜택을 낮춘다면 공천 때문에 같은 당 안에서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은 직업을 바꿀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올해도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고 가계부채는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20대 국회는 출범부터 컴퓨터 3000대를 교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당 컴퓨터 10대에 프린터 5대씩이나 새로 사주는 데 혈세를 낭비한다는데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19대 국회에서는 심지어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매일 싸우는 줄만 알았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일치단결해 이 법안을 조용히 폐기시켰다. 속고 있는 국민만 불쌍한 것이다.

더 이상 국회의원의 연봉과 각종 특혜를 국회에서 정하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바꿔서 국민의 의견수렴을 통해 정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국회의원들이 될 것이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회가 될 것이다.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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