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무원의 오키나와 여성 살해 사건, 정상회담 주요 의제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기존 의제는 살해 사건에 묻혔다. 일본 후지TV는 이날 저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양국 정상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이번 사건이 27일 히로시마 방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미국 정부의 속내도 전했다.
베트남에서의 '쌀국수 외교' 등 격의 없는 태도로 인기를 끌었던 오바마 대통령이었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표정을 굳힌 채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 역시 "제멋대로이며, 비열하기 짝이 없는 범행에 매우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일본 전체가 충격을 받았으며, 일본인의 감정을 오바마 대통령이 제대로 받아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 현 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주둔한 미군의 범죄 대응을 규정하고 있는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협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군들의 범죄 억제 방안을 검토하는 팀을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청 등 관계부처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이 팀은 이날 오후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스가 장관은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라며 가로등 설치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한편 오는 27일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할 때,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과 대화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일본군 포로 출신 미국인도 참석한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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