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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자금조달 '사면초가'…사모채·단기채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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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자금운용에 유리한 공모 회사채 대신 사모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CP) 등 단기사채로 몰리고 있다.

사모 회사채와 기업어음은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가운데 편리한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장기 투자계획과 재무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에 봉착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무엇보다 사모 회사채나 기업어음은 공모 회사채에 비해 조달금리가 높거나 만기가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모 회사채의 만기는 3년, 5년, 7년, 10년까지 다양하지만 사모 회사채는 3년 이내에 불과하다. 특히 기업어음의 경우 만기가 몇 개월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상환이 급한 상황에 주요 발행된다. 대부분 빚을 갚는데 쓰인다는 이야기다.

올 들어 사채발행에 나선 건설사 중 기업어음 등 단기자금을 통해 급한 불만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조건이 불리한 사모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1분기까지 3차례에 걸쳐 기업어음으로 만기 1~3개월짜리 1800억원을 조달했고, SK건설은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올해 2월부터 1000억원 이상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롯데건설은 고민 끝에 지난 1월에 이어 4월 2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자율은 어떨까. 사모 회사채가 공모 회사채에 비해 통상 0.5~1%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절차가 간단해 자금조달이 쉬운 만큼 투자자가 감당해야하는 위험 등을 가산한 수치다. 대신 조달비용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00억원의 자금을 사모 회사채로 발행하면 공모 회사채에 비해 연간 약 20억원의 추가 조달비용이 더 들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조달자금이 수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수백억원의 부담이 더 생기는 셈이다.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2014년 총 이자비용만 1135억원, 2015년에는 884억원(단독기준)에 달했다. 건설업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현대건설 역시 2014년과 2015년 총 이자비용만 633억원, 582억원이었다.

만기가 더 짧은 기업어음 역시 공모 회사채와의 차이가 통상 0.5% 더 높으며, 발행규모나 상환기간에 따라 금리가 0.5% 가산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어음을 발행한 주요 건설사의 3개월 만기를 기준으로 연 2~3% 수준. 신용등급 A2인 대우건설이 지난해 8월 3개월 만기로 500억원어치를 발행한 기업어음의 이자율은 2.80%였다. 대림산업이 올 들어 두 차례 발행한 기업어음의 이자율은 3.10~3.23%였다. 신용등급과 발행조건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지만 사모 회사채 이자율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많지만 공모 회사채 만큼 장기간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며 "이자율이 낮고 만기가 길수록 효과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하지만 불확실한 업황 상황과 올해 1분기부터 강화된 증권신고서 공시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내부정보 노출이 덜한 사모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조달비용 탓에 무턱대고 공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수도 없는 처지다.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수요예측에 뛰어들었다가 매각되지 않는 물량이라도 생기면 회사의 신용도에 찬물을 끼얹어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등급 AA-로 양호한 수준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2월15일 5년만기와 7년만기 공모회사채 3500억원어치를 발행한 이후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 A2인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4월 조달금리 3.5%로 1000억원 규모 3년 만기 사모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같은 해 8월 만기 3개월짜리 기업어음 500억원어치를 발행한 게 마지막이었다.

회사채 발행을 철회한 곳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주관사 선정까지 마치고도 돌연 일정을 미뤘다. 1분기 대규모 적자를 의식한 일정 연기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일각에서는 조달금리 등이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올들어 강화된 증권신고서 기재요건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만해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 선정하고 2000억원 규모의 3년만기와 5년만기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건설협회 고위 관계자는 "돌아오는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기가 만만치 않는 상황"이라며 "업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회복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감독당국의 과도한 감시 역시 수주를 통해 이익을 내야하는 건설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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