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 - 10년전 오늘 타계한 거장 신상옥감독
11일은 고 신상옥 감독 타계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는 2006년 4월 11일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북한에 의한 납치와 정치범 수용소 생활도 견뎠던 것으로 전해진 신 감독이지만 말년에 찾아온 간암을 이기지 못했다. 신 감독은 1952년 '악야'로 데뷔해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상록수', '연산군', '빨간 마후라'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하지만 신 감독은 1959년 여배우 최은희와의 결혼, 1978년 홍콩에서의 납북, 1986년 북한 탈출 등 자신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월에 먼저 최은희가 납북됐고 이어 7월에 신 감독이 납북됐다. 실종된 전처를 찾으러 다녔던 신 감독을 북한이 데려갔다는 게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최은희는 납북이 맞지만 신 감독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 감독이 1970년대 유신정권의 검열에 앞장서 반대했고, 1975년 '장미와 들개' 예고편의 검열 삭제 부분을 극장 개봉 때 다시 붙여 상영하다 적발돼 그가 세운 신필름의 허가가 취소되는 등 남한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신 감독이 납북된 후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다고 밝혔고 5년 이상이 지난 다음에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자진 월북설은 근거가 약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게다가 회고에 따르면 1978년 나란히 납북됐지만 이 둘이 만난 것은 5년 뒤인 1983년이었다고 한다.
신 감독과 최은희는 납북된 지 8년 만인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빈의 미국 대사관을 통해 탈출했다. 신 감독은 이후 KAL기 폭파사건을 다룬 '마유미'(1990),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실종 사건을 다룬 '증발'(1994) 등을 만들었고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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