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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삼성 조직문화 개선, 구호보다 실천에 달렸다

최종수정 2016.03.25 14:01 기사입력 2016.03.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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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고위 경영진들이 기업문화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큽니다."

"과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를 시도했듯이 이제는 패스트팔로워 시대의 기업 문화는 버리고 퍼스트무버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삼성에 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4일 오후 2시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는 디지털연구소(R4)에서는 임직원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행사 하나가 열렸다. 바로 '스타트업 삼성 컬처(문화) 혁신' 선포식이다. 일사불란한 조직문화로 대표되던 삼성전자가 벤처 기업처럼 조직문화를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임직원들은 절반은 기대, 절반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동안 고속성장을 해온 삼성전자는 성장정체의 덫에 잡혀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년전부터 자율출퇴근제, 재택ㆍ원격근무제, 자유로운 휴가문화 등을 장려하며 '워크 스마트'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제조업 기반의 삼성, 많은 인력들을 관리해야 하는 삼성의 특성상 실천은 쉽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이번의 선포식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전날 행사에 참석했다는 삼성전자 직원은 "수십년 동안 고착화된 기업 문화를 일시에 바꾸는 것이 어렵겠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변화의 의지를 보인 만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 방송을 통해 선포식이 진행되던 중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선 직원들끼리 서로 '님', '프로', '매니저' 등의 호칭을 서로 불러보기도 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은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겠다면서 사장들이 직원들을 모아 놓고 핸드프린팅을 하는 행사는 스타트업과는 동떨어져 보인다"면서 "결국 경영진과 간부들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실천의지를 갖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숙제는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연구개발(R&D)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경쟁자들과 달리 제조 비중이 높은 만큼 실리콘밸리 문화를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직원은 "실리콘밸리 기업 중 제조를 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면서 "구글, 애플 직원들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중국 하청업체들은 매일같이 밤을 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직원들은 예전 스마트워크를 본격화하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일부 팀장급 임원들이 이른 아침에 회의를 잡아 어쩔수 없이 제 시간에 출퇴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옛 기업문화를 고수하는 윗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선포식 역시 구호를 외치는데 그칠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렇다면 삼성이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은 어떤 반응일까.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삼성이 '스타트업처럼'이라고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선진국의 대기업처럼'이라고 방향을 잡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았다. 또 스타트업의 인사정책 뿐 아니라 자발적 참여, 지분구조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특성상 눈치보지 않고 쉬고, 성과는 좋지 않은 직원을 내보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평등한 문화도 좋지만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어찌할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구호도 좋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선포식을 바라보는 안팎의 입장인 것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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