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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여기자 둘, '성인 콜라텍'서 직접 놀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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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텍 르포①

지난해 인구 8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62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고령인구는 여가활동시간으로 하루 중 7시간16분을 사용하며 5년 전에 비해 7분 정도 증가했다. 노인들이 여가 생활을 위해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인 '성인 콜라텍'을 집중 취재해봤다.

▲콜라텍에서 노인들이 짝을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콜라텍에서 노인들이 짝을 맞춰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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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부애리 기자] "내가 사업을 했는데 등치는 사람 밖에 없고, 사업 접으니 정작 어울릴 곳이 없더라니까. 여기 오면 스트레스가 다 사라지지. 마음이 풀린다고. 여기는 노는 물이 달라."
3일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성인콜라텍 국일관은 흥겨운 트로트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 노인 남녀로 붐비고 있었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그곳. "이 나이에 못할 게 뭐가 있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이 딱 좋아" 전자오르간 반주에 맞춰 가수 송대관의 '딱좋아'를 부르고 있는 이름 모를 가수의 이마에 송알송알 맺힌 땀은 이들의 열정을 대변한다. 아직까지 3월 초봄 추운 날씨에도 이곳엔 벌써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희망온도 18도.

콜라텍은 오전 11시를 조금 넘어 문을 연다. 이때부터 콜라텍 건물 근처엔 삼삼오오 노인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문을 열자마자 들어가면 머쓱할까 사람이 조금 모이길 기다린다. 지하 5층 지상 15층의 국일관 건물에는 6층 당구장과 9층 콜라텍만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사실상 노인 전용이다. 공식 영업시간 오후 7시가 지나면 모두들 빠져 나간다.

9층에 내리면 덩치 좋은 남성 노인이 입장료를 받고 있다. 혹시라도 돈을 안 내는 사람은 불러 세운다. 도도하게 앞서가는 여성의 경우 대개 뒤에서 남성이 돈을 지불했다. 가격은 1000원. 콜라텍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입장료다. 일주일에 한 번 인천광역시 강화에서 이곳을 찾아온다는 김모(85)씨는 "내가 1000원으로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어 솔직히. 파고다(공원) 그런데 바깥에 앉아서 1000원짜리 빵 사먹기밖에 더하나. 그런데 말이야 그러기 시작하면 나도 어느새 그 무리가 돼 버린다니까. 늙은이들한텐 분위기가 중요하거든. 나 지금 내 나이로 보는 사람 거의 없어."라고 말했다. 평일 하루 이곳을 찾는 사람은 1000여명, 주말엔 1500여명에 이른다.
▲콜라텍 내부 물품 보관소

▲콜라텍 내부 물품 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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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텍에서 입장료를 내고 홀에 들어서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다. 가방과 외투 등 불필요한 짐을 물품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가격은 500원. 외투를 벗으면 자신의 개성을 살린 옷차림이 드러난다. 한복을 입은 사람부터 아래위 모두 노란 남성정장과 빨간 여성정장, 원피스 드레스까지 각양각색이다.

준비가 다 끝났다면 입장만이 남았다. 약 800평 규모의 홀은 어두컴컴하다. 사방이 창문이 아닌 거울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빨강, 연두, 파랑, 흰색의 수백만개의 작은 전구 불빛으로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전차~"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이 점점 더 뜨겁게 귓가에 울려 퍼진다.

입장한 다음에 혼자서 바로 춤을 출 수도 있지만 콜라텍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파트너 선정이다. 콜라텍에선 주로 남녀가 한 쌍이 돼서 추는 사교댄스를 춘다. 입장 직후 대부분은 양쪽 벽 끝에 일자로 놓인 소파에 앉는다. 곧이어 누군가 다가온다. 파트너를 맺어주는 '짝 도우미'다. 도우미들은 양손엔 장갑을 끼고서 빠르게 돌아다닌다. 이윽고 혼자 앉아 있는 남녀 둘을 연결시켜준다. 도우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다주는 사람도 있었다. 남성이 직접 여성에게 손을 내밀어 춤을 함께 추자고 권하는 경우도 많다. 가끔 매일 만나는 파트너가 오기 전 다른 새로운 파트너와 섣불리 춤을 추다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파트너와 어느 정도 춤을 추다보면 뭔가 '서로 잘 맞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 매점으로 간다. 커피, 쌍화차, 생강차, 율무차는 1000원부터다. "꺄르르"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핀다. 이팔청춘으로 되돌아 간 것 같다. 자기소개를 하고 살아온 얘기를 한다. 매점 맞은편엔 식당도 있다. 이곳에선 몇가지 반찬이 갖추어진 백반부터 오리, 닭 요리 등을 먹을 수 있다.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많지는 않았다.

콜라텍에서 만나 재혼을 한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매일 이곳을 방문하는 박모(83)씨는 "노인네들이 갈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다니는데 여기만 오면 마음이 풀리고 화통해진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 이곳에서 만난 파트너와 여럿이 짝을 지어 꽃놀이를 함께 가기도 한단다. 정모씨(76·여)는 "손녀한테도 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며 "가벼운 춤은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콜라텍에서 장밋빛 축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불륜 블루스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는 성인콜라텍은 성매매나 사기와 같은 범죄로 엮일 수 있는 곳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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