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역사서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이 다룬 ‘위험한 말들’은 바로 저런 말들이다. 목숨을 걸고 도덕정치의 이상을 구현하려 했던 굵직한 선비들의 투쟁기이다. 2011년 '드라마 읽어 주는 남자'라는 책을 낸 저자 권경률은 누구에게 뭔가를 읽어주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인가 보다. 당시 TV에서 방영 중이던 온갖 드라마들의 시대,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을 조잘조잘 읊었던 이 남자가 이번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선비들의 저작들을 헤집어 ‘언로’를 열고, 지키려 싸웠던 사람들의 기개들만 톺아내 읊고 나선 것이다.
책은 ‘재상은 임금과 가부를 상의하고, 간관은 임금과 시비를 다툰다’는 정도전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임금 혼자서 가부를 결정할 수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왕의 독재가 아니라 사대부들이 펼치는 도덕정치의 큰 밑그림이 저 발언에 숨어있다. 정도전의 도덕정치 초판은 길재, 성삼문, 연산군, 중종, 조광조, 조식을 거치며 이백 년 후의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에 이른다. 이황이 마침내 도덕정치의 토대를, 이율곡이 현실정치로 구현하긴 했지만 정도전의 초판에는 한참 못 미치는 반쪽에 불과했다.
‘지배자들의 가렴주구로 백성들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다. 지배자들은 가죽이 다 헤어지면 털도 붙어있을 데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왕에게 아뢴 사람은 조식이었다. ‘백성들 우습게 보다간 왕 당신도 좋을 게 없다’는 말 그대로다. ‘임금이 있으려면 먼저 나라가 있어야 한다. 나라가 있으려면 백성이 있어야 한다. 백성은 양식을 하늘로 여긴다. 고로 임금은 백성의 양식을 하늘처럼 여겨야 한다’고 왕에게 말한 사람은 율곡 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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