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양이요, 이름은 철북 - 문학소년의 성장소설
이산하의 <양철북>은 시인, 소설가 등 문학가가 되고 싶어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 진학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물론 이미 그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도 당연히 읽어보길 권한다.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 문학의 길을 접었으나 아직도 가슴 한 켠에 그 꿈을 담고 있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일독을 권한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는 ‘문학가’가 되려는 사람이 취해야 할 자세가 자세히 나오기 때문이다. 한 때 프로야구를 휩쓸었던 ‘해태 타이거즈’의 홈런왕 김봉연 선수가 강조했던 타격 비결이 ‘자세’였듯 무릇 모든 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세가 중요한 법이니까.
방학 동안 문학적 고민을 위해 외할머니가 스님으로 있는 수구암에 간 철북이는 그곳에서 화두를 얻기 위해 수행 차 떠도는 젊은 스님 법운을 만난다. 소설은 무작정 법운을 따라 나선 철북이와 법운의 대화록이자 여행기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이 조르바를 항구에서 우연히 만나 갈탄광 사업을 위해 함께 섬으로 떠나는 여정과 많이 닮았다. 둘은 운문사와 수녀원을 거쳐 조계산 불일암의 얼굴 긴 농부(법정스님)를 만난다. 마지막 여정은 오대산 적멸보궁이다. 물기 어린 눈으로 이별하는 법운과 루시아 수녀의 속사연은 미궁이다.
법운에 따르면 성경을 한 줄로 줄이면 ‘다 지나가노니…’이다. 불경을 한 줄로 줄이면 ‘헛되고 헛되도다’다. 둘을 합치면 ‘다 지나가노니 헛되고 헛되도다’다. 수 많은 깨달음을 주는 보석 같은 언어들은 그러나 문학도답게 입심 좀 센 고3 학생과 스님답지 않게 입이 건 청년의 대화라서 속되고, 웃기고, 차지다. 대화 중에 철부기 학생이 읽은 것으로 거론하는 국내외 유명 책들이 어마어마하다. 문학가의 첫째 자세가 광폭 독서임을 명백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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