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이 MBA를 살려냈다…가방끈 늘리기 경쟁·취업 트랜드 변화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MBA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GMAC는 금융위기 전후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학교로 돌아오려는 수요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유명 경영대학원들의 지원자 증가세가 뚜렷하다. 예일대 MBA는 지난해보다 지원자수가 25.1%나 늘었다. 시카고대 MBA와 스탠퍼드대 MBA 역시 각각 15.6%, 7.4% 증가했다. 하버드대 MBA는 1.5%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상시 구조조정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만큼 스스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최근 MBA의 흐름을 진단했다.
MBA에 지원하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다. GMAC에 따르면 하버드대·예일대·시카고대·다트머스대 등 미국 유명 MBA에서는 이미 재학생의 40%가 여성이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유리 천장을 깨고 고위 경영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MBA 학위를 받으려 한다.
지원자는 늘었지만 MBA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월가 투자 은행이나 유명 컨설팅 업체로 이직하기 위해 MBA에 등록했다면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이 MBA 졸업생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10위 주요 MBA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해 본 결과 지난해 졸업자들 중 IB를 택한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금융위기 전과 비교하면 40% 가량 감소한 것이다. 하버드대 MBA의 지난해 구직자 690명 증 은행을 선택한 경우는 지난 2008년에 비해 52.1%나 줄었다. 런던대 MBA와 컬럼비아대 MBA 역시 IB를 택한 졸업생들이 같은 기간 52.0%와 45.6%씩 감소했다.
반면 구글·아마존 같은 유명 IT기업들과 스타트업 업체들로 눈을 돌리는 졸업생들은 크게 증가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MBA 졸업생들 중 20%가 기술기업에 취업했는데 이는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실리콘 밸리가 가까운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MBA의 경우 이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이코노미스트는 보수보다는 기업의 잠재적 성장과 자기개발 기회, 업무의 유연성, 근무 조건 등 다른 가치들을 중시하는 신세대 인재들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 급여 컨설팅업체 존슨어소시에이츠의 앨런 존슨 이사는 "급여나 규율, 정부의 감시, 사내 정치, 관료주의 등 모든 것들을 고려할 때 대형 은행들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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