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검(김강욱 지검장)이 24일 입건한 교수들은 표지갈이 범행을 직접 저지르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상당수 교수는 재임용 욕심에 동료 교수가 오랜 기간 땀 흘려 일궈낸 연구 성과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훔쳐 새 책을 냈다. 이렇게 출간된 전공 서적을 제자들에게 팔아 돈벌이도 했다.
대학마다 평가기준이 다르지만, 책을 펴내면 대부분 연구 실적으로 인정해준다. 책 1권을 상위 30% 국내학술지에 논문 한 편 발표하는 것과 동일한 평가를 하는 곳도 있다. 수업 교재로 제자들에게 팔아 인세를 챙기는 것은 덤이다.
출판사도 표지갈이로 1석3조의 이득을 얻는다. 잘 팔리는 전공서적의 저자가 다른 출판사로 옮기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원저자와 허위저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저자 풀'을 확보할 수도 있다.
표지갈이는 1980년대부터 성행했다. 전국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악취가 진동했음에도 그동안 적발되지 않은 것은 진위 판단이 쉽지 않은 탓이다. 표지만 바꾸면 온라인으로 표절 여부를 검색할 수 없다. 전공 서적을 여러 권 사는 학생이 거의 없는 현실도 범행 은폐에 도움이 됐다.
표지갈이는 표절보다 더 나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표절은 전체 논문의 일부를 베끼는 것이라면 표지갈이는 원저자의 연구 성과를 통째로 가로채는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연루된 일부 교수는 공무원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국공립대학 소속이다. 이들 대학은 올바른 학문 연구와 동료 교수의 교육 및 연구 활동 존중 등을 요구한다. 교육자의 양식과 품위를 토대로 도덕성을 유지하며,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지 못한다는 규정도 있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해당 교수들을 기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전국 대학가에 사상 전례 없는 파문이 예상된다.
각 대학에서 사회문제화된 논문 표절을 근절하기 위해 엄단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해당 교수들은 벌금 300만원 이상의 선고를 받으면 재임용 대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더라도 가짜 책으로 확인된 연구 성과는 무효가 되므로 실적 미달로 퇴출당할 수 있다.
검찰은 12월 중순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고 입건된 교수 전원을 기소할 방침이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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