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발표된 일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2% 하락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광산업은 호황이다. 엔저 효과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으로 일본의 여행수지 흑자 폭은 확대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15년도 4~9월 여행수지는 6085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면 1996년 이후 최대 폭의 흑자다.
일본 주요 도시의 호텔은 빈 방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오사카 시내 주요 13개 호텔의 4~9월 평균 객실 가동률은 2008년 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처음 90%를 넘어 91%까지 치솟았다. 객실 가동률이 평균 80%를 초과하면 거의 만실 상태였다는 뜻이다.
빈 방이 사라진 것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사카 시내 호텔의 외국인 고객 비율은 12%p 상승해 48%에 달한다. 가동률 증가는 객실 단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삿포로의 게이오플라자호텔 숙박료는 15%, 프린스호텔은 13% 이상 상승했다.
9월 백화점 매출 중에서도 화장품과 보석 등 잡화류가 11.0% 증가하는 등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관광객 수요가 많은 화장품은 15.3% 증가했고 미술ㆍ보석ㆍ귀금속도 13.6% 증가했다. 식료품 역시 과자와 반찬 매출 증가로 1.6%의 늘어났다.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월에 비해 280% 확대된 138억엔을 기록했다. 고객 국적별 면세점 매출 순위 1위는 중국이었고 대만, 홍콩, 한국이 뒤를 이었다.
항공사와 공항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전일본공수(ANA) 항공의 모회사인 ANA홀딩스의 4~9월 연결 결산 순이익은 539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이 기간 역대 가장 좋은 실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ANA 국제선 여객수는 13% 증가했다. 중국과 유럽에서의 여객수는 각각 80% 이상 늘었다.
하네다공항을 운영하는 일본공항빌딩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면세점 매출이 급증하며 올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89억엔을 기록했다.
관광산업이 호조를 보이자 관련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통신사 소프트뱅크가 최근 여행사를 설립한 것이 그런 예다.
소프트뱅크는 도쿄와 오사카에 편중된 여행코스에서 탈피, 지방도시를 포함하는 여행 상품을 기획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관광객의 스마트폰에 여행 경로에 있는 매장의 할인 쿠폰을 전송하는 등 참신한 사업게획을 세우고 중국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일본 정부도 불붙은 관광수요에 부채질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15년 안에 연간 외국인 방문객을 3000만명으로 늘린다는 '올 재팬(All Japan)'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방 면세점 확대와 입국 심사 신속화, 민박 관련 규제 완화, 전세 버스 및 통역 가이드 증원 등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